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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Jan 15. 2023

야리가 아팠다

고양이는 모든 걸 삼킨다

12시경, 약을 먹고 잘 채비를 마쳤다. 나무가 사색이 되어 왔다. 마스크 줄이 잘렸고, 잘린 부분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했다. 야리가 무언가를 우물우물하는 걸 봤다고, 아무래도 마스크 줄을 삼킨 것 같다 했다.


나도 나무와 같이 안면근육이 경련했다. 어떡하지? 일단 인터넷에 검색하니 구토유발제를 쓸 골든타임은 1시간이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병원에 가자. 마스크 줄이 장으로 넘어가면 장폐색을 일으켜 수술이 필요하단다. 그건 안 된다. 급히 24시 동물병원에 전화해 상태를 알렸다. 택시 아저씨가 사정을 듣고 빨리 가준 덕분에 시간 내에 구토를 유발했고, 야리가 빵빵하게 먹은 사료와 함께 마스크 줄이 나왔다.



고양이가 마스크 줄에 환장하는 건 알았다. 관련 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래도 그걸 끊어먹을지는 몰랐다. 책상에 올라올지도 몰랐다. 자책이 몰려왔다. 수면제를 먹은 탓에 잠이 몰려오는 것도 미안했다. 야리와 안전하게 살려고 안전문도 낑낑거리며 설치했는데, 마스크를 간과했다. 앞으로 마스크는 집에 들어오기 전에 다 버린다. 삼킬 수 있는 작은 것도 무조건 쓰레기통행이다.



박스에 기대 꿈나라를 헤매는 야리


넓은 집으로 가면서 제일 행복했던 것은 야리가 행복해하는 걸 보는 거였다. 우다다도 하고 침대 밑에 숨어 놀고 옷장에도 들어가고 엄마 옆에서 골골대다 자고. 동물병원에서 찰나는 끔찍했다. 나무가 침착하게 괜찮다고, 야리 내일도 우리랑 재밌게 놀 거라고 알려줘 진정이 되었다. 냉담 신자였는데 성호까지 그었으니 위에서 웃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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