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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Dec 26. 2022

떠나보냄과 맞이하기

2022 회고, 감사와 만다라트로.

어렸을 땐 '감사일기'란 단어만 들으면 코웃음 쳤다. 난도가 높은 인생을 준 누군가를 원망했다. 나에겐 숨 쉬는 것, 사는 것, 먹는 것에 감사할 여유가 없었다.


나무를 만나고 냉소가 줄었다. 세상이 살 만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가진 것에 감사, 2022년에 새로이 얻게 된 것에 감사한다.





1. 퇴사 후 2월 제주도, 7월 경주, 8월 부산. 여행을 다니고 나무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추억을 쌓은 것에 감사한다.

우리 속도대로, 우리 취향대로 여행했던 제주도
색색깔로 빛났던 첨성대
고향이라도 나무랑 오면 톡톡 튀었던 기억들


2. 야리를 입양하고 부모가 되어, 좌절과 걱정과 절망과 행복을 느낀 것에 감사한다.

달려들어 턱이나 볼을 물고, 손에 상처를 입히고 기어이 피를 보게 하는 야리지만 그것도 예쁜 내 자식이 되었다. 야리에게 다정한 나를 보며 나도 부모가 될 수 있음을, 행복할 가정을 누릴 수 있음을 확인받는다. 


창문 해먹을 즐기는 야리왕자님


3. 직장을 가지고 나무의 응원 속에 내 꿈을 펼치는 것에 감사한다.

전면 재택(PT철 제외)이 1월부터 주 2회 재택으로 바뀌면서 걱정도 되고 막막하다. 그래도 그리 가시 돋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추상적인 개념을 캠페이너블한 아이디어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진심으로 재미있다. 

드디어 받은 명함



4. 전화영어와 영어모임을 시작하고 영어에 자신감을 키우게 된 것에 감사한다.

유폰으로 주 2회 20분 영어회화를 하고 있다. '살다 온' 친구들이 많았던 고등학생, 대학교 시절 유창하게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연스레 대화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해외 경험이 없다'는 콤플렉스도 작용했다. TED를 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일요일 10시엔 광고인들과 영어회화를 하면서 언젠간 외국계에 취업해 영어로 업무를 보고 싶다는 꿈에 가까워진다(그렇다면 카피 직무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확진으로 지난주는 하나도 못했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5. 내 실수에서 배워 나가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에 감사한다.

나무와 나는 최근 크게 다퉜다. 그럴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내 미성숙한 감정으로 나무를 상처 주고 협박까지 한 것에 깊이 반성한다. 관계를 다시 쌓아 나가는 의미에서 만다라트를 작성했다. 나는 나무 없이는 살지 못하는 돌멩이인데, 오로지 그를 상처주겠다는 목적으로 잔인한 말을 한 것이 후회된다. 그마저 용서하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하겠다는 나무를 존경한다. 

사랑, 행복, 웃음, 이해, 평안, 발전, 야리,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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