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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회사 밖 삶

by 돌멩리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다. 8년에 걸친 꿈을 이뤘고 일이 재밌었다. 내가 쓴 카피가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게 기뻤다. 지금도 그렇지만, 회의가 밀려온다.


매일 13시간 이상 근무. 어쩔 때는 21시간 근무. 야리는, 나무는, 나는 어디 있는 걸까. 일에 인생을 바치고 싶지 않다. 회사 밖 관계도 소중하니까. 돈으로 받는 보상도, 시간으로 받는 보상도 없이 팀장 따라, 혹은 급한 일 쳐내려 야근하는게 힘들다. 이 일은 하고 싶은데. 왜 항상 시간은 없고 밤은 길어져 갈까.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목표는 아니다. 아이도 가지고 야리도 더 눈에 담으며 살고 싶다. 트렌드가 생명인 업계에서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할 수 있을까. 대기업에 다니지도 않는데.


세대가 변한 건지, 내가 ‘z’세대라 그런 건지. 몸 망가져 가며 회사에 나를 바치고 싶지 않다. 일도 없는데 앉아 눈치보는 내가 싫다. 은근히 눈치주는 팀장이 밉다. 내 업에 미래는 있을까. 빨리 경력을 쌓아 점프업해야하는 걸까. 6개월차 카피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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