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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ug 21. 2023

도파민 중독에서 해방되기

도파민네이션

나는 불안하다. 그래서 항불안제를 먹는다. 확실한 사실이다.


'도파민네이션'을 읽으며, 신발 안 돌처럼 계속 걸려왔던 일을 마주한다. 작가와 같이, 어릴 때는 소설에 중독되었다.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를 연민하며, 소설에 빠졌다. 처음에는 해리포터, 그다음엔 추리소설이었다. 밀실살인사건과 일본 작가를 탐닉할 땐 험악한 분위기도, 불안도 내 머리를 떠나갔다.


그다음은 음식이었다. 어릴 적, 엄마는 할머니가 식탐이 많다는 이유로 욕을 하며 구박했다. 당뇨가 있으신 할머니가 단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였다. 나에겐 먹는 것은 곧 죄였고, 식욕은 계속 돋아났다. 초등학교 시절, 과자 봉지를 숨겼다. 책장과 서랍에 끼워 넣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부모님은 학을 떼고 화를 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다음은 로맨스 소설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보게 되었는데, 밤을 새웠는데도 심장이 쿵쿵거렸다. 도파민이 양껏 분비되어 얼굴이 발개진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고등학교 땐 단 것을 먹으며 버티다, 입시가 끝나자 하루 종일 책만 보았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인연을 끊었을 때도, 고통을 잊기 위해 전자책 리더기만 들여다봤다. 3평 남짓한 고시원 생활에서 매일 한 끼만 먹으며 누워 책만 봤다. 죄책감도 분노도 슬픔도 없었다.


나무를 만나고, 책 보다 사랑이 더 달콤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와 끌어안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가 없을 때, 혹은 그가 바쁠 때. 나는 또 휴대폰을 들고 강박적으로 모든 앱에 들어간다. 인스타그램, 블라인드, 학교 커뮤니티, 유튜브, 브런치, 그리고 링크드인.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하루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DM과 팔로우 신청이 다인데. 빠른 손놀림으로 전부 훑은 후 또다시 들어가 본다.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집에서도. 야리와 메리에게 신경도 쓰지 못하고, '퇴근'했다는 방패 아래 매일 휴대폰만 한다.


25년 인생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을 다운로드하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아는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와 팔로우 요청을 보내며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순수한 쾌락이 느껴졌다. 이 늪에 빠지기 싫어 버텼던 것인데, 깔고 나니 속수무책이었다. 릴스, 유튜브 쇼츠. 팝콘 브레인을 만드는 현대인의 마약. 몇 시간을 허비했는지 셀 수도 없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휴대폰을 든다. 의미 없는 서칭을 한다. 나는 불안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라인드, 링크드인을 삭제했다. 대신 전화영어를 신청한다. 대신 밀리의 서재를 켠다. 중독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2주. 나무, 야리, 메리의 도움을 받아, 해보려고 한다. 죄책감 없이. 멋진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사소한 일에 아이처럼 기뻐할 수 있도록. 주말에 짜릿한 액티비티를 하지 않고도 평온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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