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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ug 25. 2023

가족이 늘었다. 포인핸드 덕에.

메리야,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해

둘째에 대한 생각은 열병처럼 찾아왔다. 뭐에 씐 것처럼 나무를 들들 볶았다. 나무는 반대했다. 야리만으로 충분하다고, 둘째가 오면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거라 했다. 일리 있었다. 야근이 일상인 나를 위해 야리를 돌봐주는 건 나무의 일이었으니까. 그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답답해서 눈물도 흘렸다. 둘째를 간절히 원했다. 야리와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심하면 아플 수도 있는데, 둘째가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성묘가 되어버린 야리. 예전처럼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야리를 대신해 나에게 애정을 주는 활발한 아깽이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야리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데 나는 둘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몇 주의 싸움, 지난한 언쟁 끝에 나무가 백기를 들었다. 결국 내 뜻대로 둘째를 데려오게 되었다. 나무에게 미안하다. 그가 힘들다고 한 일이라면 존중했어야 하는데, 내 뜻을 굽히지 못하고 결국 나무가 좌절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둘째는 포인핸드에서 입양했다. 유독 수염이 쳐지고 눈망울이 겁으로 질린 아이. 우리 야리가 보였다. 1개월이 조금 넘은 아깽이라 최대한 빨리 입양하고 싶었다. 임보처에 있다 했던 아이는 냉장고 틈 구석에서 먼지를 마시고 있었다. 환경은 너무 열약했고, 이후 찾은 병원에서 곰팡이균이 발견될 정도로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집에 빨리 적응했다. 격리 때는 야리와 화음을 맞추며 냥냥거렸고, 만나고 나서는 거침없이 집을 누비며 야리와 술래잡기를 했다. 야리는 살아있는 장난감이라도 본 듯 꿍꿍거렸지만 동생이 생겼다는 걸 알았는지 털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우리 메리


야리는 하루에 세 번 이상 우다다를 하며 메리와 뛰어논다. 나무는 이제야 야리가 완전한 고양이가 된 것 같다 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람임을 잊은 적이 없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지고 공원에 유기당한 야리는 본인이 고양이인 것을 잘 모르는 듯했다. 꾹꾹이도 스크래칭도 잘하지 않고 깨물기만 잘하던 야리. 이젠 동생과 함께 깨무는 강도를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 하악질도 배우고 있다. (우리 메리의 별명은 쮜돌이다. 정말 작고 빠르고, 궁지에 몰릴 때는 거침없이 하악- 하기 때문이다.)

메리는 침대가 좋아요
함께 노는 야리와 메리


야리야, 갑작스러웠을 텐데 동생 잘 챙겨주고 받아줘서 고마워. 네 걸 뺏어먹어도 군말 없이 비키는 네가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해. 메리가 와서 안 좋은 점도 있지만(사냥감을 뺏긴다거나) 엄마는 동생이 주는 장점도 크다고 믿어. 영원히 사랑해, 우리 첫째. 엄마아빠 바라기 우리 야리. 엄마가 더 배려하고 더더 사랑할게. 자주 엄마아빠 침대에 올라와서 골골해 줘. 네가 깨워주는 아침은 더 달콤해. 아기였을 시절부터 성묘가 된 지금까지. 엄마 아빠 믿어줘서 고맙고 더 많은 추억, 신뢰 쌓아가자. 사랑해 우리 꿍이, 야리.

꿍아 사랑해


메리야, 우리 쮜돌이. 아직은 엄마아빠가 좀 무섭지? 야리오빠랑 잘 지내는 모습 보기 좋아. 가끔은 네가 찍찍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오빠를 믿고 잘 따르는 것 같아 기뻐. 엄마가 더 노력해서 우리 쮜돌이 무섭지 않게, 마음 열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갈게. 많이 사랑해. 7월 31일에 네가 왔네. 겨우 4주가 채 안되었어. 배수구에 낀 채 발견된 우리 아기. 힘든 시절은 기억 저편에 넣어두고, 우리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야리랑 사랑하며 살아가자. 엄마아빠가 우리 아기 많이 살찌울게. 사랑해 쮜돌이, 메리.

낮잠자는 내 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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