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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Nov 10. 2023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1년 반, 미국-한국 장거리

내가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네가 그렇게 장난스러운 사람인지 몰랐다. 터널을 나와 아직도 불투명한 천장이 나를 마주하지만 그 옆에 너도 함께 있다. 내 손을 붙들고 있다.


미국에 간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너는 함께 오지 못한다. 두렵다. 웃음이 사라질까, 말수가 없어질까 걱정되지만 아이들도, 나도 없이 8평 자취방에 남겨질 네가 더 마음이 아프다. 어제 넌 집을 봤다. 제대로 된 공동현관도 없이 바깥에 노출되어 있는 집. 예산에 맞지만 입주일자가 달라 포기해야 했던 집. 너를 두고 가는 내가 이기적인 걸까. 꿈도, 사랑도 포기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한 걸까.



이틀 전, 한국계 호주인과 만났다. 그는 자기 우선순위는 1위도 일, 2위도 일, 3위도 일이라고, 다른 건 침범할 수 없다 했다. 나는 정 반대였다. 1위가 너, 2위가 우리 아이들, 그리고 3위가 나였다. 그렇게 대답한 내가 미국에 간다니 그는 혼란스러워했다. 미국에 남을 기회가 있으면 그럴 거냐는 질문에, 망설였던 내가 미웠다. 네가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데, 나는 뭘 생각했던 걸까. 너에게 미안하다.


내 새끼. 내 아기. 우리 나무. 출국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고 나는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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