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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Dec 04. 2023

떠나기 일주일 전

2년 반, 그리고 사랑은 계속된다

출국 일주일 전이다. 평온하게 쇼츠를 보던(우리식으로 말하면 땡기던) 밤, 이별 관련 장면이 나오자 불쑥 두려워졌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우린 떨어져 사랑할 수 있을까. 펑펑 우는 날 바라보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 돌아온다고, 돌아와서 같이 살자고 하니 그는 잘 다녀오라고 했다.


나무를 만나고 모든 게 변했다. 그는 나를 웃겼고 울렸고 무엇보다도 살게 했다. 색이 바랬던 난 나무를 만나고 점점 색채가 생겼다. 파릇해졌다. 세상에 부딪힐 용기가 생겼다. 야리와 메리를 키우며, 같이 살며 다투기도 했지만 그는 성숙하게 대처했다.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은데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다. 출국이 다가오니 모든 게 미안해진다.


나무는 나를 응원한다. 전환점이 될 거라고, 많이 즐기고 오라 한다. 정작 난 선택을 고민하고 무서워한다. 그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다. 현재를 살아야지 다짐해도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설거지하는 뒷모습, 야리메리 놀아주는 그, 다정한 목소리, 따뜻한 품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우린 잘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 식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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