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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는 가지만

그대들의 앞날이 밝길

by 돌멩리

마지막 날을 앞두니 싱숭생숭하다. 첫 번째 회사가 나에게 성장통이었다면, 지금 회사는 미움과 고마움이 반반이다. 52시간을 넘는 노동, 좋은 회사 건물, 잦은 팀 이동, 모나지 않은 사람들. 1년이 넘는 생활동안 뿌듯함에서 원망이 생기기까지. 회의하고 편집실 가며 나 창의력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야, 뿌듯하고 대견했다가도 회사 사람들과 먹는 저녁, 12시에 부르는 택시가 당연해질 때쯤 드는 분노. 양가적인 마음을 브런치에도 많이 털어놓았고 그렇게 나는, 대행업의 당연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


미국으로 인턴을 간다. 면허를 딴다. 장거리 연애를 한다. 나무와 여행을 간다. 설레는 일 투성이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다. 우울과 불안, 새로 얻은 공황까지. 병이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무너질까 약해질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회사, 소위 말하는 꼰대도 몇 없는 좋은 회사다. 재택도 있고 자율복장에 유연근무제다. 너무 유연해서 집에 못 간다는 게 단점이지만. 무조건 욕하고 싶진 않다. 내년에도 내일도 신입은 들어오고, 나도 한땐 가장 가고 싶은 회사였으니까. 그저, 나는 버티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버텼다. 나는 지하철을 못타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아프다.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퇴직이 많은 업계. 갑상선 이상쯤은 당연한 업계. 광고업계 꿈나무, 그리고 광고회사에 일하는 모든 분들. 비록 나는 가지만, 건승을 빈다. 그리고, 광고인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길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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