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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Jan 01. 2024

나를 더 사랑하는 해가 되길 바라며

2024.1.1

미국에 갈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LA에 오퍼를 받고 비자인터뷰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루함에 몸을 비틀던 난 영어과외를 시작했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파닉스를 가르치고 놀이를 하고 있는데, 덕분에 카드값을 낼 수 있었다.


새해가 되자 소중한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잊고 있었던 친구가 새해엔 모든 일 다 이루길 소망한다며 카톡을 보냈고, 다른 친구도 많이 두렵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네가 많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말을 얹었다. 사랑하는 사촌동생도, 전 직장 사람들과도 안부를 나누며 지난해 꽤 괜찮게 살았구나, 생각을 했다.





요즘 날 정의하는 말은 '불안'이다. 퇴사하고 당연히 갈 거라 생각했던 미국을 못 가게 되자 생존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퇴사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불확실함에서 비롯되는 불안은 날로 커진다. 비자 승인 여부를 모르니 다른 해외 직업이나 워킹홀리데이도 지원 중이다. 이번에 캐나다는 연령도 35세로 늘고 쿼터도 몇 배 늘었다. 사무직, 그중에서도 마케팅 직업을 원하니 취업이 문제지만 미국이 안 된다면 캐나다로 넘어갈 의향도 있다.


커피를 많이 마셔 그런지 오늘도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럴 때일수록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정말 하기가 싫은데 습관적으로 내 손가락은 모두의 마블을 클릭 중이다. 분명 1분 전에 봤던 기사인데 또 들어가고, 알림이 온 게 없는데 진동을 느낀다. 올해 목표는 스마트폰에 덜 의존하기,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하기를 바란다.


꿈도 생겼다. 학생 때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최고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봉사에 관심이 생긴다. 과외를 하다 보니 가르치는 것도 꽤 재밌다 생각이 든다.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면, 야학에서 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 나눌수록 더 많은 기쁨을 느낀다. 특별히 착해서, 대단해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조금 더 생겼다. 너그러운 숲. 쉬어가는 숲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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