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날밤

아직까진 좌충우돌

by 돌멩리

2/1 오후 인천공항에서 아빠, 엄마, 그리고 나무와 함께했다. 출국장을 나서니 눈물이 쏟아졌다. 야리를 수화물에 보내고 메리를 들고 어쩌어찌 꺼내서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의자에 앉으니 비로소 혼자라는 실감이 났다. 나는 1년 동안은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던 나무도, 지혜롭게 상황을 해결하는 아빠도 없이.


2시간이 넘는 입국 심사 끝에 짐을 찾고, 야리의 행방을 몰라 수소문해 겨우 찾으러 갔다. 야리는 초록색 그물망에 쌓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 옆엔 강아지 한 마리가 거의 눈을 못 뜬 채 탈진해 힘없이 기대 있었다. 야리는 겪은 게 많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그물망을 잘라 야리를 만지고 싶었는데 정말 아무도, 그 누구도 없었다. 겨우 지나가는 직원을 불렀는데 '어차피 고양이를 꺼낼 것도 아니니 밖에 나가서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을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물망이 칭칭 감긴 채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발생한다. 땀에 절고 지쳤던 나는 공항을 나서자마자 택시 호객행위를 마주하게 되는데, 의심하며 ID도 요구하고, 구글맵으로 잘 가고 있는지도 파악했는데 요금 부분을 놓쳐버렸다. 그는 1시간 운행에 일반 Lyft 가격의 10배를 요구했다. 내가 220불밖에 없다고 하자 야리와 메리를 다시 차에 싣고 막무가내로 근처 주유소 atm에 데리고 갔다. 결국 400불을 주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1시간 운행에 50만 원이라. 아빠는 잊어버리라고, 안전하게 돌아왔으면 됐다고 했지만 그 돈은 수업을 20개는 뛰어야 벌 수 있는 돈이라, 아직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우여곡절 끝에 에어비엔비에 도착했다. 혼자 옮기기엔 짐이 많아 짐을 도로변에 놔두고 간 사이에 누가 내 짐을 뒤져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꺼내고 있었다. 다행히 그 중년의 여성분이 사과하며 돌려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다시 짐을 싸들고 한국으로 갈 뻔했다.



비자 거절 후 거액의 돈을 써 컨설팅을 받고 비자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오고 싶어 하던 미국이었는데, 막상 가니 무섭고 두렵다. 야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눈이 벌게졌고, 메리는 4시간 이상 내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로 울었다. 미국에 대한 환상, 그리고 희망 때문에 고양이들과 나무가 피해를 본 것 같아 미안했다. 나무는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없이 홀로 있을 그가 걱정되고, 나 또한 걱정된다.


지금은 새벽 1시 16분이다. 뉴스를 보다 잘 것 같다. 내일은 장도 보고 주변을 둘러봐야지. 그리고 면허를 따지 않은 것을 엄청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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