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쯤 메리의 골골대는 소리에 기상. 바로 씻고 트레이더조에 장을 보러 갔다. 가는 데는 8분인데, 올 때는 어찌나 무겁던지 입국심사 때의 악몽을 생각나게 했다. 도중에 종이가방이 찢어져서 안고 와야 한 것은 덤이다.
생각보다 아담한 마트에 들어가니 과일이 있었고 빵, 만두, 김치볶음밥, 요거트, 잼 등 다양했다. 요즘 유명하다는 냉동김밥은 찾을 수 없었고, 물 또한 마찬가지라 탄산수로 대체했다. 카트를 끌었는데 조금이라도 내 앞에 지나가거나 가깝게 붙으면 excuse me를 연발하고 사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적응이 좀 안 되었다. 이 정도 부딪힘이나 만남은 한국에선 일상적인데, 역시 개인 바운더리를 중시하는 미국! 이라며 나도 피해가 되지 않게 최대한 벽 쪽으로 붙었다.
집을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해가 다 져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차적응을 하지 못하고 TV를 보다 이제 다시 잠에 들려고 한다. 오늘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썼고, 나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도 나도 아직은 서로가 위험한 존재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것 같지만, 해변에서 만나니 무슨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 두 마리가 되는 집은 찾기 어려워서, 돈을 더 주고 구해야 할 것 같다. 야리는 아직도 경계를 풀지 못하고 침대 밑에 있고 의외로 메리가 내 옆에서 폭풍 세수를 하며 앉아있다. 겁이 많은 것은 쮜였는데, 비행기 짐칸에 들어간 것이 트라우마가 컸나 보다.
내일 해변에 가려면 2시간이 걸린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약을 먹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람맞지는 않겠지. 이렇게 이틀차의 밤도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