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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집을 구했다

by 돌멩리

해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놀이기구도 있어 신난 아이들이 보였다. 기대보다 크지는 않아 한 바퀴 도니 한 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동행과 헤어지고 집을 보러 갔다. 미국식 주소에 익숙하지 않아 South를 North로 헷갈렸고, 한참 탄 지하철이 아깝게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흐렸지만 좋은 날씨


지하철은 지린내가 진동했다. 안에서 대마인지 담배인지 모를 것을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1분마다 한 번씩 괴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 누구도 움찔하지 않았다. 누가 흐느껴 울든, 웃든 간에 사람들은 핸드폰만 봤다. 나는 고슴도치처럼 경계 중이었다. 지하철의 홈리스가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아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듣곤, 생명줄처럼 휴대폰만 사수했다.


잘 가던 지하철이 갑자기 고장 났다며 다 내리라 하질 않나, 지하철이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질 않나 시행착오가 있었다. 한국 지하철에서는 빽빽한 지옥철이 문제였다면, 여기는 냄새로 인한 멀미가 문제다. 아침에 먹은 부리또가 소화되지 않아 기대어 누워 있었다.



야리와 메리가 밥을 영 안 먹어 petco에 습식을 사러 들렀다. 생각보단 강아지 용품이 많았지만, 힐스나 오리젠 등 내가 먹이는 사료가 있었고 습식과 간식이 다양해 좋았다. 집중해서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사고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야리가 좋아하는 그리니즈 업그레이드 버전


본 집은 반려동물이 되는 것이 좋았고(주인분께서 강아지를 키우고 계셨다), 거실과 방과 화장실이 정말 넓었다. 서울 투룸보다 넓은 것 같았다. 내가 살기 과분할 정도로 좋았고 월세는 비쌌지만 회사까지 걸어갈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결국 한 번 만에 집을 계약했다. 문제는 입주일이 2주 뒤라 10일 동안은 주인분 집 방에서 신세를 져야 한다는 것인데, 고양이 둘과 방 안에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암울했지만 괜찮으신 분 같고 우리 할머니처럼 연세도 있으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시차적응도 안 되었는데 많이 돌아다녀 9시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오늘은 9시쯤 일어나 식료품 할인점에 가서 장을 봤다. 걸어가니 40분 정도였고, 올 때는 버스를 탔는데 오늘은 버스가 무료라고 한다. 일요일은 무료인 건가? 배차 간격이 1시간인 것을 빼고는 다 너무 좋다. 사람도 거의 없었고 이상한 냄새가 나지도 않아 여기 있는 동안은 버스를 자주 이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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