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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pr 21. 2024

미국에 사는 것이 두려워졌다

고정 지출은 일단 월세 $1500, 우버 $500이다. 이것만 해도 2000불이다.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지만 시급이 16불, 17불 이렇다보니(맥도날드 최저 시급이 20불이다) 아무리 일해도 실제로 남는 건 없는 느낌이다. 친구를 만나면 교통비는 해결되지만 노는 데엔 또 돈이 든다. 어제는 고카트, 미니골프, 아케이드가 있는 곳에 갔는데 50불은 쓴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만 박혀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숨 쉬는 거 빼고 돈이니 미국에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든다.


야리가 재채기와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코가 막혀 드릉거리는 소리가 났다. 3일을 지켜보다 병원에 갔다. 열을 재고 주사를 한 방 맞았다. 시간은 약 6분 정도였는데, 두 마리 합쳐 300불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5-7만 원 나왔을 진료였다. 큰 병도 아니고 감기였을뿐더러 주사와 항생제를 처방한 게 전부였다. 카드에 250불뿐이라 현금으로 나머지를 지불했다. 손이 덜덜 떨렸다. 금액이 많이 나와서라기보다는, 내가 얘네를 키울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파도 버틸 수 있지만 고양이들은 말도 못 하는데, 얼마나 괴로울까. 3일 동안 병원을 데려가지 않는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사실 데려가지 않았다기 보단 미뤄왔던 게 맞지만. 나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고양이 두 마리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나는 미국이 좋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아파 입원하기라도 하면 날아오는 만 불이 넘는 청구서. 나야 그렇다 쳐도 우리 아이들은 최고만 먹이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오메가 3이며 유산균이며 최고급 사료며 매일 먹였는데, 지금은 아카나 오리젠 같은 사료는 부담스러워 먹이지도 못한다. 정말 최소한만 해주고 있고,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초기 정착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부모님께 받은 돈이 정말 많다. 언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내 커리어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나, 잘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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