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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Dec 10. 2022

휴일을 채워나간다는 것

나무와 함께 초록빛 숨을

2021.10.06


쉼을 갈구하지만 막상 주어지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 심장이 제 존재감을 뽐내고 사념은 머리 끝까지 기어올라 휴식을 방해한다. 경직된 어깨를 풀고 배부른 사자처럼 늘어지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도시는 새된 경적과 울음소리로 응답한다.


소리가 나를 지치게 하는 걸 알았다. 지하철 가득한 소음, 버스가 급정거하는 소리, 북적이는 인간들. 영혼 몇 조각이 뜯겨나가면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더욱 무겁다. 숨이 차면 댕댕 울리는 머리는 너는 달라 너는 달라 지겹게 일깨운다.




지난 주말엔 한강에 갔다. 초록 잔디는 그냥 그렇게 있어도 된다고, 내 존재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돗자리도 없이 그냥 앉았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웃었다. 입꼬리를 올리고 해맑게. 나는 5초만에 그를 사랑했다.


한강공원에서 만난 사랑


사진 속의 나는 항상 행복해 보인다. 행복할 때만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내 미소가 눈부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우린 서로의 주말이 되었다. 서로의 저녁도 되었다. 함께할 때면 시간은 술래잡기를 한다. 나는 그에게 빠져 잡으러 가는 것을 잊고 신이 난 시간은 저 멀리멀리로 가 버린다. 술래는 바뀌지 않는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는 현재를 살아가겠지. 언젠가는 삶을 선택하겠지. 토요일 우리는 많이 웃을 것이다. 많이 쉴 것이다. “네가 없으면 버틸 수가 없어.” 언젠가는 우리도 여유가 생기겠지.


나무가 불어넣은 초록빛 산소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도 그에게 초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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