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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Sep 10. 2022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아빠는 안방 앞에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둔다.


오늘도 매한가지였다. 아빠는 아침 7시에 아침과 점심을 방 앞에 두고 할아버지 댁으로 와 차례를 지냈다. 3시쯤 넘어 아빠와 난 집으로 향했다. 내게 집에 간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잘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엄마는 안방에서 격리하니 나는 내 방에서 조용히 잠만 자고 나오자.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는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 아빠가 물으니 화를 냈다. “코로나 걸린 사람 기분이 어떨 것 같은데??” 쏘아붙였다. 목이 졸렸다. 쩔쩔매는 아빠와 냉정한 엄마 목소리는 나를 10년, 15년 전으로 내몰았다. 엄마가 화가 나선 안 된다. 엄마 기분이 먼저다. 포인트를 찾기 힘들었지만 엄마는 그냥 자주, 기분이 나빴다. 말을 안 하거나 내쫓았다. 비밀번호도 못 치도록 차단된 문을 뒤로하고 거리에 나갔다. 비 오는 밤 수풀 속에 숨어 보는 세상은 전쟁터였다. 안전한 곳이 없구나. 나를 품어줄 곳은 없구나.



눈물이 솟구쳤다. 무기력한 어린아이가 아닌데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바로 버스를 예매하고 소리를 죽였다. 집에 있으면 안 돼. 안전한 곳으로 우선 나가.


이모 집에 가지 못할  같아 전화를 걸었다. “이모,  바로 올라가게 됐어. 엄마 기분이 나빠서.” 이모는 “네가 코로나 걸려보지 않아 모른다 짜증 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독하다고 했다. 너도 엄마랑 똑같다고 했다. 아프다는 것이 상대방을 상처  권리를 뜻하는  아니라고, 할머니 장례식   쫓아낸 엄마 기억나냐고, 나는 엄마를 평생 용서할  없다고 하자 이모는 황당한 듯했다. 엄마 때문에 정신과를 다닌다고, 약이 없으면   없다고 했더니 이모는 “염병 떨지 말라했다. 진짜 우울증 있는 사람이 들으면 웃는다고. 네가 무슨 우울증이냐고 비웃었다. 전형적이었다. 우울증을 고백한 조카에게 우울한 사람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모두  이모는  병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말하고 전화를 끊자 당황해했다.



우울을 상대방에게 증명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건 내 투쟁이니까. 나는 진정되었고 글을 쓸 만큼의 정신도 있다. 병원에 너무 늦게 왔다며 혼잣말하던 의사 선생님. 상담 더 하자 붙잡던 상담 선생님. 재작년 설이 마지막이라 했던 난 지금까지 살아있고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지만 나아졌다. 모진 말은 받지 않으면 계속 그 사람 것이 된다. 글을 쓰며 더 확실해졌다. 나는 일어설 힘이 있고, 주위엔 날 사랑하는 나무들이 있다. 울어도 된다. 무너져도 된다. 모든 것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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