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말할거리, 행복
[돌멩 씀] 4월 9일, 수요일
안녕, 선선한 봄바람에 들뜬 돌멩이야.
꽃놀이는 다녀왔으려나? 내가 사는 곳은 꽃이 지면서 걸을 수 있는 모든 곳이 온통 꽃길이 되었어. 꽃은 지더라도 누군가에게 꽃길이 되어준다는 생각에 홀로 뭉클해져서는 잔잔히 웃었던 하루야.
원래 감상에 잘 젖는 편이지만, 봄은 유약함을 유독 많이 드러내게 하는 계절 같아. 그래서 매해 봄마다 계절을 타고, 쉽게 감동받고, 쉽게 주저앉기도 해. 이제는 ‘그래, 이래야 봄이지’하고 체념할 만큼 한 해도 빠짐없이 그래왔던 것 같아.
멍하니 봄을 느끼다 궁금한 것이 생기더라구. 네가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행복은 무엇일까? 모두 다 '지금'을 살라고 하지만, 과거가 이어져 현재와 미래가 되니까. 너의 지금을 만든 기억들 중에서 최초의 행복에 대해 묻고 싶었어.
질문을 던져두고 나도 ‘최초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 최초라면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어릴 적 사진첩을 뒤적였지. 사진첩을 펼치니 아주 어린 날의 나는 정말 빠짐없이 웃는 표정을 하고 있었네. 많은 웃음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초의 행복을 찾아보았어.
우선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작은 행복은 내가 한없이 좋아하던 삼촌과 서로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치고 웃던 날이야. 삼촌과 배가 아플 만큼 웃었던 게 행복이었는지, 삼촌이 선물해 준 리본 맨 곰돌이가 그려진 노란색 니트가 행복이었는지는 헷갈리지만. 어쨌든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초의 행복임은 확실해.
그리고 최초의 큰 행복은 동생이 생긴 걸 알았던 날의 기억이야. 그때의 분위기와 기분을 선명하게 기억해. 자려고 누워서 엄마의 배를 톡 쳤는데, 엄마가 ‘여기에 동생이 있어서 이제 조심해야 해.’라고 말했거든. 그날 나는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엄마 뱃속에서 자랄 동생의 모습을 내내 떠올렸어. 그 설렜던 마음이 아직 또렷해.
너무 힘겨웠던 날, 나는 도대체 언제 행복할 수 있는지 하늘에게 물었던 것 같아. 대답조차 않는 하늘을 원망했는데, 왜 답이 없었는지 이제야 알았어. 내 행복은 이른 시기부터 이미 내게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잦은 행복을 느끼며 살았는지도 몰라.
너도 알다시피 행복은 힘든 기억보다 수명이 짧아. 힘든 기억은 저장해 두면 예측되는 위기를 예방할 수 있잖아. 하지만 행복은 당장 잊더라도 생존과 직결되는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라 수명이 짧은 것 같아. 그렇지만 사람을 꾸준히 일어서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것은 분명 ‘행복했던 기억’이지. 그래서 요즘 나는 행복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작은 행복까지 기록하고 있어.
너는 어떤 방법으로 행복을 남기고 있을까? 잔뜩 멋 내지 않아도 좋으니 행복의 순간을 잘 포착해 주면 좋겠어. 시간이 흘러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더라도, 언젠가 다시 꺼내어볼 수 있도록. 물성이 있는 소품이나 인화한 사진, 일기, 편지 같은 것들로 말이야.
도처에 널린 잦은 행복을 최대한 빠짐없이 낚아 올리며 남은 한 주를 보내면 좋겠어. 난 이 편지를 쓰면서 또 작은 행복을 느껴. 내가 느낀 행복을 가득 담아 보내니, 너의 오늘도 남김없이 행복한 하루이길 바랄게.
돌아오는 월요일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