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말할거리, 행복
[돌멩 씀] 4월 14일, 월요일
안녕, 주말 동안 방전된 체력을 충전 중인 돌멩이야.
여긴 비가 훑고 지나갔어. 거기 날씨는 어때? 주말은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해!
난 주말 동안 내향인답지 않게 약속이 줄줄이어서 체력 소모가 엄청났어. 집에 돌아오면 대충 몸에 묻은 바깥공기나 털어내고서 소파에 녹아내리듯이 누워있게 돼. 그렇지만 소모한 체력의 배수만큼 행복했던 건 확실해.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야. 저 사람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굳건한 사람들. 나아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사람들. 그들의 애정이 극 내향형인 나를 바깥으로 나가게 하는 것 같아.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소파에 녹진하게 눌어붙어있게 돼. 나름의 충전시간이야. 그 시간 동안에 고요히 그들과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마음을 채우는 거지. 그만큼의 행복 때문에 매달 체력이 버거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
난 원래 이만큼이나 바쁜, 갓생을 사는 사람은 아니었거든.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한가한 일상이었는데 지난주에는 이상하리만치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 재밌는 건 ‘나 왜 갓생사냐…’ 하며 푸념을 하면서도 유독 행복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자주 꺼냈던 일주일이었다는 점이야. 밥을 먹다가도, 일기를 쓰다가도, 가만히 앉아 천장을 보며 멍하게 앉아있다가도 불쑥불쑥 행복하다는 말을 했어.
이렇게 행복하다고 입술을 옴짝거리며 말하다 보면, 내가 처음 입 밖으로 행복을 꺼냈던 날이 떠올라. 행복을 느끼는 순간엔 어김없이 말이야. 내가 나에게 행복을 알려줬던 날은 정말 보통의 일상을 살아낸 날이었어. 8년 전 어느 초여름이었어.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나한테 맛있는 거 먹이고, 하루를 정리하면서 일기를 쓰고 있었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선, 마지막 줄에 ‘내 밥벌이 내가 하고 있고, 적지만 돈도 모으면서 배우고 싶던 요가도 드디어 시작했다. 이 정도면 나 잘 살고 있네.’라고 쓰고 일기장을 덮었지. 근데 그날은 유독 내가 쓴 마지막 문장이 크게 와닿았던 모양이야. 덮었던 일기장을 다시 펴서 마지막 줄을 여러 번 읽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낸 거야.
“그래. 이 정도면 행복한 거지.”
스탠드 불빛만 켜두어서 조도가 낮은 방안. 잠시 열어둔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밤의 소음. 선선한 공기. 이불의 폭닥했던 촉감. 내 작은방 안의 모든 벽에 부딪혀서 돌아온 '행복하다'는 나의 목소리. 매번 타인에게 건네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날 위해 낸 목소리를 듣는 기분. 한숨보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정말 생경하고 여운이 짙었어.
내 목소리는 늘 머릿속에만 있었거든. 그럼에도 내 안에서 울리니까, 내가 듣고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 날, 이렇게 뱉어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어. 내 안에서 맴도는 소리는 나에게 온전히 와닿지 않는다는 걸. 나의 생각과 느낌이라고 해도, 소리가 되어서 파동이 내 귓전에 울려야 온전히 내 것이 되더라고. 이 날은 좋은 마음을 소리 내어 말하게 된 시작점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기도 해.
너는 어때? 행복할 땐 행복을 어떻게 표현해? 너의 목소리로 말하는 너의 행복을 들은 순간은 언제였어?
사실 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 보내는 시선은 늘 타인을 향할 수밖에 없잖아. 눈, 코, 입이 내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해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에게 주는 것들은 더 의미가 깊은 것 같아. 오로지 나의 의지와 정성으로 나에게 보내는 것들이니까. 그러니 숨소리 보다 작아도 좋아. 혹은 입술 짓만 해도 좋아.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다면 그걸 꼭 자신에게 알려주자.
행복하다. 신난다. 즐겁다. 재밌다. 웃기다.
어떤 단어라도 좋아. 너에게 맞는 온도의 단어를 찾아서 너에게 많이 들려주면 좋겠어. 타인을 위해 낸 목소리만큼 앞으로는 너를 위한 목소리도 많이 내어주길 바라.
꽃이 질 무렵까지도 날씨가 심통을 부리네. 뭐가 이렇게 샘이 나서 4월 중순이 되도록 비바람을 불게 하는지. 날이 얼른 갤 수 있도록 맑음이 인형이라도 달아놓아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 중이야. 하늘은 내내 찌푸리고 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많이 웃자. 남은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잔뜩 행복함을 느끼고 또 행복을 말하며 보내면 좋겠다. 수요일에 또 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