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말할거리, 행복
[돌멩 씀] 4월 16일, 수요일
안녕, 따뜻한 햇살에 보송해진 채 낮잠자다 지각한 돌멩이야.
오늘도 설레는 맘으로 하얀 화면 앞에 앉았어. 오늘은 너에게 또 어떤 행복에 대해 물어볼까? 질문을 되새기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입안에서 둥글려 봤어.
어떤 행복? 행복. 행복. 행복...
이렇게 ‘행복’이란 말을 한참 뜯어보고 말하다 보면,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와. 뜻이 생경한 단어처럼 느껴져서 입에선 맴도는데 어딘가 내 주변을 겉도는 단어 같달까. 그럴 땐 망설임 없이 단어의 뜻을 검색해 보곤 해.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가 흐릿해질 때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의미가 또렷해지거나 내가 살피지 못한 단어의 한 면을 알게 되기도 하거든.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명쾌한 정의인 것 같지 않아? 행복의 뜻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라서 괜히 안도하게 되기도 해. ‘행복’이라는 단어가 의무감으로 다가올 때,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하면 난 언제든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건도 후해. '만족','기쁨','흐뭇함' 중에 무엇이든 충족한다면 그건 행복한 상태라는 거니까!
정의까지 되새겼으니, 이제 한결 또렷하고 가뿐해진 마음으로 행복을 좇아볼 수 있겠어. 어린 시절에는 크나큰 행복 하나를 바라며 살았는데, 요즘은 소소하게 작은 행복을 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 작은 행복은 빈번하게 느낄 수 있어서 더 자주 행복한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소확행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너무 올망졸망 귀여운 단어만 모아둔 것 같아. 소소한데 확실하게 행복하기까지 하다니. 더없이 완벽한 말이야. 누가 만들었는지 노벨평화상을 줘야 해.
요즘 나의 소확행은 햇살이 밝은 날에 커튼을 활짝 여는 일이야. 혹시 '썬캐쳐'라고 알고 있어? 크리스탈 장식이나 구슬을 활용한 소품인데, 햇빛을 비추면 아래 사진처럼 오색찬란한 무지개로 바꿔 주거든. 오래전에 만들어 두었던 썬캐처를 며칠 전에 창가에 달아두었어. 원래 해가 반짝 뜨는 날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해가 뜨면 설렐 만큼 행복해져. 무지개 빛을 손안에 담으면 빛이 만져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오묘하고 좋아.
소확행의 좋은 점은 하나만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아니겠어? 얼마 전에는 책장 가득 읽어야 하는 책이 쌓여있는데, 또 구매해버린 책을 개봉할 때도 행복을 느꼈어. 책을 읽다 내 생각이 났다며 누군가가 가져다준 책을 볼 때에도 행복했지. 마음이 심란할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친구를 보면 또 행복해. 아무렇게나 쓴 글이 어쩐지 마음에 들 때도, 어쩌다 편 책에서 기막힌 문장을 만났을 때도 정말이지 행복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일상을 바쁘게 살다 보면 눈 깜짝할 새에 해가 져있고, 또 잠시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있잖아.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에서는 찰나 같은 행복을 깨닫기가 힘든 법이지. 그래서 난 짧게라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제 와 생각해 보니 행복 발굴에 진심인 사람이었네, 나.) 일어나면서부터 다시 침대에 눕기까지의 시간을 훑으며 일기를 쓰면 지나쳤던 작은 행복을 쉽게 인지하게 되더라구. 내가 모아두지 않았다면 쉽게 잊혔을 행복은 이런 것들이야.
직장 동료가 나에게 옷이 잘 어울린다고 했던 일,
길을 걷다가 만난 아기가 내게 먼저 손을 흔들었던 일,
유튜브에서 귀여운 고양이 영상을 본 일.
이런 건 정말 찰나의 감정이라 내가 골라내지 않으면, 바쁜 일상에 휩쓸려가는 행복이니까 꼭 하루를 훑으며 모아두어야 해. 지난한 하루를 보냈더라도 그런 찰나를 골라내서 일기 말미에 한두 개씩 적어두면, 나는 이만큼 바쁘고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잠이 들게 되더라구.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두고, 가끔 최근에 느낀 소확행을 메모장에 정리해 보는 거 어때? 사실 너는 어떤 때에 행복을 느끼는지 나도 알고 싶은 마음에 추천해 보는 거야. 헤헤.
남은 한 주 동안 차곡차곡 소확행 보석함을 만들어보고서 자랑하고 싶거든 언제든 답장 보내 줘!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내 편지를 읽어주어서 너무 고마워. 오늘도 즐거운 일이 꼭 하나는 생기는 날이길 바랄게.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