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 씀] 행복의 유지기한

4월의 말할거리, 행복

by 아름


[돌멩 씀] 4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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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잠이 덜 깬 채로 운동까지 하고 와서 더 몽롱한 돌멩이야.


어제 흐렸던 날씨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오늘은 날씨가 맑게 개었어. 덕분에 몸은 좀 피곤해도, 가뿐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 너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했을까? 거기도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뉴스레터를 쓰는 날이니 어김없이 행복에 대해 생각했어. 그러다 새삼스레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니' 싶은 거야. 뉴스레터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에게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워!


오늘은 '행복은 왜 이렇게 찰나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쓰고 있어. 내 짧은 삶을 돌이켜보면 슬픔, 우울, 불안, 공포 같은 감정은 티끌에서 시작하더라도 일주일도 넘게 지속되었거든. 그런데 기쁨, 벅참, 설렘, 행복 같은 감정은 너무 금세 사라지거나, 무뎌져.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말을 적다가, 감정들의 모습을 꼭 닮은 것이 떠올랐어. 마트에서 보는 채소. 빗대어보자면 부정적 감정은 냉동채소 같고, 긍정적 감정은 신선한 채소 같아.


부정적인 감정은 실제로도 참 냉랭한 온도잖아. 우울이나 불안, 슬픔을 느낄 때 심장이 빨리 뛰고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는 냉기가 가득한 단어만 들어있어. 그래서 우리가 원치 않아도 오래 보관되나 봐.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은 파릇하고 향기도 가득해. 생기가 가득 느껴지지만 보관을 잘 못하면 반나절만에 시들해지기도 하지. 생기와 온기는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해서, 방치해 두면 유지기한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채소 같은 감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다가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같은 채소라도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잖아? 그렇다면 행복을 보관하는 방법을 안다면 그 행복도 오래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감정 보관 방법을 떠올려봤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기억'과 '기록'인 것 같아. 기록은 누차 강조했으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볼게. 아무래도 기억이 또렷해야 기록도 또렷하게 남길 수 있으니 말이야.


나는 모든 감정을 기억할 때에 구체적인 이미지나 영상으로 머릿속에 새겨두는 편이야. 그중에서도 행복은 특히 세밀하게 기억하려고 노력해. 감정을 느꼈던 날의 내 감각에 집중하면 시간이 지나서 다시 기억을 꺼내보았을 때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더라고. 세밀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날, 그 순간의 내가 가진 감각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야.


유독 눈에 띄는 풍경.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향기.

귓바퀴를 따라 모이는 소리.

입안을 맴도는 말의 온도.

입가에 스민 미소의 정도.

살갗에 닿은 옷자락의 감촉.


눈으로 보고, 눈을 감고서 머릿속으로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번갈아가며 집중해 보자. 기억의 밀도가 달라질 거라 장담해.


여유가 있다면 글로 적어두는 걸 항상 추천하고 있어. 가장 만만하게 섬세함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늘 말하듯, 기록은 스스로에게 부담이 없을 때 하기를 바라. 기록이 귀한 것은 맞지만, 그것보다 찰나를 눈치채고 만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거기에 집중해 주면 좋겠어. 내 모든 말의 마지막은 결국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는 말이야. 도처에 자라는 행복을 모두 가져올 수는 없어도, 스스로 원하는 행복은 얼마든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우리.


벌써 4월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네. 틈틈이 웃으면서 자주 행복했던 한 달이었다면 좋겠다. 다가오는 주말에 날씨가 짓궂더라도, 혹은 너무 더워서 미간이 찌푸려지더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웃고 말자.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어! 나는 남은 일주일 동안 또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주말 동안은 바삐 즐거우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 그동안 많은 말을 차곡차곡 모아서 월요일에 또 편지할게. 좋은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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