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나의 영역이 아닌 것, 무슨 꿈인지도 모를 꿈을 꾸었다. 계속해서 생각 나는 꿈을 꾸었다. 나는, 계속. 내 감정의 기복을 읽어간다. 이것은 약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우울과 감정이다. 나는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어디서부터 빠질 것인지 모를, 아마도. 그런 예감이 든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이나 빌딩에 서있는 나를 생각하고 버스나 차에 치이는 나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심장이 뛴다. 미친듯이 뛴다. 옥상의 문은 열려있고, 나는 새벽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언제나, 언제나 새벽에. 죽고 싶고,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 같고, 나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닌 구천을 떠도는 혼령이 될 것만 같다. 악령은 되지 않지만 혼령이 될 것 같다. 살아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한 것, 그만두자. 이제 지겹다. 지겨운 말들. 괜찮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살아갈 궁리를 한다. 오늘도 친구를 만났지만 술을 먹지 않았다. 어제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일을 했다. 더이상 쓰다간 큰일 날 거 같아서 자야 될 거 같다. 약을 먹었고, 안정이 조금 덜 되었지만 자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쓰는 이 순간도 혼자 앉아서 쓰고 있다.
다음 소설의 제목만 지어 놓고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표적이 되고 싶다> 제목이 길다. 보통 다섯글자로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표적> 이라고 할까. 깔끔하게. 이유는 모르겠고,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난 표적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죽고 싶어. 그렇게 말해도 돼? 난 나의 표적이 되어 죽고 싶다고. 그게 나야. 그게 목적인거야. 타살이 목적인거야. 정확하게. 나는 나를 죽이고 싶다. 그래서 그런 제목이 나왔나. 좋은 제목이네. 극단적인 제목. 거기서 조금 덜 가면 된다고 했지만 난 언제나 적극적인 사람, 능동적인 사람. 오늘 만난 친구가 나에게 상어의 특성을 닮았다고 말해줬다. 상어는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고. 나보고 상어같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지금 일하는 것도 능동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 죽어가는 거라고, 맞는 말이라 생각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니 다 죽어가고 있는 거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어떻게 살아가. 난 움직여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 아무일도 없는데서 뭘 하면서 살아가라는거야. 큰 깨달음을 얻었다. 상어의 특성. 움직여야 산다.
내일부터 움직여봐야지. 이것은 죽고 싶었다가도 살려고 노력하는 내 마음의 일기. 무의식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