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리할 시간은 충분하다. 다시 계획할 시간이 충분하다. 걷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걸었지만, 길을 걷다가 발을 접질렸다. 순간적으로 통증이 느껴졌지만,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다음날까지 기다렸다. 통증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병원에 갔더니 골절도 없고, 붓기도 심하지 않다고 했지만, 뼛조각이 남아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골절상 입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흔적이라고. 아무튼, 뼛조각과 관계없이 인대가 늘어난거라,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면서, 돌아다녔는데, 보는 사람들 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친절을 베풀어줬다. 눈에 보이는 고통이나, 아픔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가.
다리는 아프지만, 머리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절뚝거리지만, 그래도 상관없고,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원했던 일도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 내가 아닌 내가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고, 쓰는 것이 무엇인지,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고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이 문 드러 질정도로 아파도, 물리적인 힘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
흐물흐물, 젤리처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을 흡수하고, 또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겠지.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보류하면서, 나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걸 또 해보고, 또 다른 걸, 계속해서 찾아내면 된다. 그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 오늘은 남편이랑 빨래방에 가서 이불을 빨았고, 집에 와서 릿터 33호를 읽고, 벌거벗은 생명과 원하지 않는 자유, 원하는 건 오로지 단 하나의 출구라는 말에 감명받고, 브런치에 글을 조금 써보고, 뜨개질을 하려고 한다.
시간은 느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움직인다. 발이 아니라, 마음이 절뚝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고 다정하게, 사랑을 주고 싶은 밤.
빨래방
릿터33호, Cover Story, 정헌목 p.12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Ein Bericht fur eine Akadmie(1917),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박병덕 옮김,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