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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Mar 24. 2023

고양이의 방탕함 <나의 자리>

7

잠 못 이루는 새벽마다 고양이는 눈을 뜨고 울었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캐시의 얼굴이 보였다. 아주 작게 야-옹하고 울어서 집안 누구도 듣지 못했다. 캐시의 침대 위로 올라와서 발로 이불을 건드리고 손을 핥고 얼굴을 핥았다. 까슬거리는 혓바닥은 따갑지만 따뜻했다. 언제나 늘 그랬듯. 고양이는 어두운 거리의 바닥을 기어 다니는 불행과 가난을 보드라운 털과 말랑한 발바닥으로 사뿐사뿐 밟으며 다녔다. 낮에는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밤에는 온갖 것들을 할퀴고 찢고 짓누른 후에 캐시에게 다가왔다. 캐시가 알 필요 없는 일들이었다. 지옥에 떨어져 있는 자들은 지옥에 마땅히 있어야 했다.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꼭 필요한 자리였다. 캐시에게 오기 위해서 그들을 밟아야 했으니까. 더러워지지 않은 깨끗한 발로 침대에 올라가야 하니 필요했다. 그들이 얼마나 굶주리고 절박한 지 알 필요 없었다. 잘 먹었고 잘 놀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배를 보여주었다.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함께 하는 순간만이 전부니까. 나의 자리는 이곳이니까.


2.

 생각들은 계속 흩어진다. 단 한 번도 모인 적이 없었다. 계속 그 생각에 사로잡혀 쓰고 있지만 아무것도 쓴 것이 없다. 어렸을 땐 굴뚝 위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하곤 했다. 굴뚝은 어린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죽음의 통로였다. 잘 못 들어가면 그 사이에 끼어서 나오지 못하거나 숨이 막혀 죽었다. 그 안에 갇힌 아이는 장애물이 되어 불도 피울 수 없었다. 게다가 썩게 되면 결국 온 집안으로 죽음의 냄새가 퍼질 테니 청소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시체를 꺼내기도 했다. 굴뚝 밑으로 내려가기 전에 몸에 가는 줄 하나를 감고 내려가면서 팔이나 무릎뿐만 아니라 온몸이 다 쓸리고 그 위로 재가 묻었다. 작은 몸에 딱 맞는 관을 타고 가면서 재를 닦고 털고 빈틈없이 갇혀있었다. 청소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빼주지 않았고 한 군데가 끝나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죽음으로 가는 길은 아주 많았다. 누군가의 죽음은 방해가 되지 않았으므로 언제든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굴뚝이 아니어도 가는 길이 많았으므로 살고 싶었다. 다음에서 다음으로 가는 길조차 쉬지 못하고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얻어먹을 수 없어도 다리가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고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날리는 재들 사이에서도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숨을 쉬었다. 어쩌다 만난 친절한 사람들이 건네는 물 한잔을 받아 들고 숨을 쉬었다. 목구멍 아래까지 내려온 재가 아래로 내려갔다. 몸을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느 날은 살 만했다. 어떤 날은 진흙탕에 빠진 발을 하나씩 건져 올리고 발을 딛으며 기어 나왔다. 오래가지 않아 다시 잠기더라도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써야 한다. 모아야 한다. 흩어지지 않도록 진창 속에서도 쓰고 싶었다. 씻어내고 싶지 않았다. 텅 빈 하얀 백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나의 흔적들을 새겨 넣고 싶었다.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모으고 싶었다. 남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캐시의 드레스에 남긴 손자국도 여기로 모일 것이다. 여기에 모여 하나로 될 것이다. 남긴 모든 것들은 그녀 아래 깔려있을 것이다. 상관없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바닥에 고인 웅덩이가 되어 모여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밟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간절하게 그 물을 핥아먹을 것이다. 누구에게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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