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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May 31. 2023

DAY. 2 호수

Written by. DKS

세상의 모든 물은 자연스럽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그 흐름을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아니 간섭해서도 안 된다. 때론 거칠게, 때론 잔잔하게, 흐르면 흐르는 대로, 멈추면 멈추는 대로 놔둬야 한다. 거기엔 이유를 달 수 없다. 그것이 자연의 순환이라 보면 된다. 도랑이 개울로, 개울이 강으로,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지 물에서 뭔가를 얻기 위해 물의 흐름을 강제로 멈춘다. 작은 도랑을 막아 웅덩이(둠벙)를, 개울을 막아 저수지를, 계곡마다 흘러드는 물줄기를 한 곳으로 모아 커다란 호수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물은 사람들의 식수, 농업용수, 공업용 수로 사용한다. 또한 강을 막아 댐을 만든다. 댐도 별반 다른 기능을 하는 건 아니지만 홍수조절 기능과 전기를 만드는 기능이 추가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곳곳에 만든 저수지며, 호수며, 댐들의 부작용은 참 많다. 철마다 행락객들이 끊이지 않고, 장사꾼들의 호객행위에 난장판이 벌어지고, 서로 뒤범벅되어 드잡이질도 하고, 고성방가로 시끄럽고, 주변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세상일에 지친 사람들이 덜 알려진 조용한 계곡이나, 저수지나, 호숫가나, 댐을 찾아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하고, 밤새워 낚시도 하고, 댐 위 호수에선 모터보트를 타고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물을 막아서 얻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명확하게 양면성을 지녀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긴 어렵다. 단지, 사람들은 생명의 원천이 되는 물에서 삶의 근원을 찾고 시들은 영혼에 활기와 충만함과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호수란 여러 줄기의 물을 막아 만든 댐의 형식이라서 아주 맑고 깨끗한 물 같기도 하지만, 고여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기도 하다. 대체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수 물이 썩는다는 말이 아니다. 특이하게 호수 물은 썩지 않는다. 물체로 본다면 반투명의 물체로 보는 게 맞는 거 같다. 호수 초입엔 계곡물 그 자체가 흘러들어서 아주 맑고, 그 말미엔 물이 고여 있어 순환을 멈추었기 때문에 그다지 맑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호수 속엔 많은 생명과 식물들이 호흡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호수 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자정작용 때문인가 생각한다. 호수 하면, 선뜻 떠오르는 곳이 많지 않다. 언젠가 마장호수에 출렁다리를 타러 간 적이 있다. 바람에 출렁이고, 사람들이 흔들고, 원래 출렁다리라서 출렁이는지 휘청거리는 몸을 다리난간에 매어둔 채, 바라본 마장호수는 장관이었다. 물이 참 많았고, 푸르고, 주변에 울창한 나무들과 잘 어울린 맑은 하늘은 특히 더 좋았다. 그러나 출렁다리에만 목적을 두고 가서 호수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출렁다리와 주변 경관만 보고 돌아왔다. 그러다 우연히 두물머리(두물머리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 즉, 팔당호)에 가게 되었다. 거긴 여기저기 연못도 많았고, 연못마다 연꽃이 그득히 피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꽃을 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연꽃에 보러 온 것이 아니었고 두물머리가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왔지만,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연꽃들이었다. 뜨거운 여름 한낮 모든 것이 지쳐 늘어질 때 연꽃은 참 우아하고 아름답게 피었다. 맑지 않은(다소 더러운 물이란 표현이 옳을 것 같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어쩜 저토록 고아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니....... 난 교회를 다니지만, 불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연꽃을 불교의 상징이라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종교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봐도 연꽃은 단연 으뜸이다. 특히, 집단으로 군락을 이뤄서 핀 연꽃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거의 환상이라 말할 수 있다. 두물머리엔 여름이면 여러 종류의 연꽃이 피어난다. 왜개연꽃,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가시연꽃 등등 일일이 다 연꽃의 이름을 알 수 없지만 종류별로 참 많기도 하다. 이러한 연꽃들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부처의 수행과도 같이, 더러움 속에 자신을 정화하고 인내한 결과 참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랍기도 한다. 여하튼, 두물머리에 와서 연못뿐만 아니라 팔당호 가장자리에 피어나는 수없이 많은 연꽃을 보며 서울시민의 물 저장고 역할을 하는 팔당호의 연꽃과 그 뿌리들이 지금도 내가 마시는 물을 온몸으로 정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마시는 한 모금의 물도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한 모금의 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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