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DKS
세상에 많은 사람은 찌르는 흉기에 의해 상처 입기도 하고 때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찌르는 흉기는. 칼, 송곳 등 수없이 많다. 흉기는 사람을 찔러서 다치게 하거나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다루는 흉기 중 으뜸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말은 흉기처럼 직접 찔러서 사람에게 상처 입히고 죽이기보단, 간접적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든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며 서서히 말라 가는 가스라이팅, 뜨거운 분노에도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수그러드는 비참함, 어떤 정신적 고통에도 오로지 참아야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말, 말이 무섭기 때문이다. 즉, 무서운 혀 놀림이다. 흉기는 사람을 찔러서 한방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흉기보다 날카롭고 시퍼런 혀 놀림은 사람을 죽음보다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혀에 찔린 사람은 정신을 못 차린다. 그 독성이 너무 강해서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과감하게 죽음을 시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말의 독성은 그 어떤 맹독보다 강하다. 입김만 쐐도 쓰러져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반대로 혀는 그 어떤 명약보다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육체의 병으로 고통받거나,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모두가 좋은 말 때문에 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말이란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받는 사람의 상태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늘 말, 말, 말, 속에 산다. 만약에 말 없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면, 말(馬)에게 재갈을 물리듯 사람 입에도 재갈을 물려 말 못 하게 한다면, 현재 우리의 지구상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을 거다. 사람이란 종자는 아예 씨가 말랐을 거다. 그래서 말이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소중하며, 살아가는 데 중요한 도구이며, 다채로운 수단이다. 사람 중에는 좋은 말로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 나쁜 말로 흉기를 부르는 사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 스치기만 해도 재수 없는 사람, 우리 주변엔 언제나 어디서나 수없이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연인들, 부부들, 친구들, 남남들, 주부들, 직장 동료들, 의미 없이 스쳐 가는 사람들, 모두 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말로 찌르고, 쓰다듬고, 사랑하고, 때론 미워하고, 우정을 나누고, 수다 떨고, 싸우고, 심지어 다치게도 만든다. 이런 일들은 말 때문의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래서 옛 속담에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젊어선 아주 거친 말을 자주 아내에게 던져서 아내가 많은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 작은 일에 화내고, 일이 잘 안 풀리면 화내고, 애들 키울 때 힘들면 화내고, 돈 없으면 화내고, 당시는 화내는 일과 짜증 부리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몸이 아파서 입원하거나, 시누이들의 잔소리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역성 들어주며 같은 편이 되어서 대화하고, 자식들도 몸이 아프거나 심적으로 고통받을 때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고 위로하고 고통을 나눴던, 그런 일들이 지금까지 가족 간 서로 신뢰하며 긴 세월을 잘 살아오게 했다. 이제는 어디서든지 대화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피하고, 말이 입에서 나오기 직전 입안에서 한 번 더 거르고, 혀에게 좋은 말만 뱉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도 잘 다투지다 않았지만, 요즘은 거의 다투는 일이 없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 간다는 증거이고, 좋게 보면 연륜이 쌓인다는 말이고, 바로 말하면 늙어간단 말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지 모르지만, 말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