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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Jun 14. 2023

DAY6. 개구리

Written by. DKS

내 어린 어느 여름날, 나는 개구리를 잡으려고 논두렁 사이를 뒤지고 돌아다녔다. 보통 여름에 논에서 우는 개구리는 참개구리이다. 사투린지, 지역에서 부르는 명칭인지 몰라도 ‘떡머구리‘라고 불렀다. 벼꽃이 하얗게 필 때면 논바닥에 지천으로 깔린 게 참개구리였다. 벼꽃은 눈에 잘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곰팡이처럼 작은 꽃들이 하얗게 볏대에 매달린 게 보인다. 개구리들은 사람이 없을 때는 밤낮 구분하지 않고 목청껏 잘 울어대다가 작은 인기척이라도 느끼면 쥐 죽은 듯 조용해져서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보통은 참개구리를 잡아서 넓적다리만 잘라서 구워 먹기도 하지만, 가재 잡을 미끼로 쓰기도 한다. 나는 가재 미끼로 쓸 요량으로 개구리를 잡으려고 논두렁 사이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참개구리들은 눈치가 빨라서 움직이는 기척만 나도 귀신같이 알고 도망쳤다. 나의 움직임 소리에 개구리들은 그 요란한 울음을 멈추고 숨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뒤지다가 마침 웅덩이(둠벙) 쪽으로 도망가는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나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서 개구리 쪽으로 최대한 가깝게 접근했다. 그리곤 손으로 잽싸게 개구리를 낚아챘다. 개구린 꼼짝 못 하고 내 손에 잡혔다. 나는 개구리 잡아 땅바닥에 패대기친 다음 개구리 다리를 한쪽 손에 잡고 다른 한쪽 손으론 칡넝쿨을 잘랐다. 입으로 칡넝쿨을 가늘게 찢은 다음 논두렁 주변에 자라는 작은 나뭇가지 한 개를 꺾고 아직도 살아서 버둥거리는 개구리를 땅바닥에 한 번 더 패대기친 다음 죽은 것을 확인하고 가늘게 찢은 칡넝쿨 한쪽 끝에 개구리 다릴 묶고 다른 쪽에는 나뭇가지에 묶었다. 그러고 나서 개구리 다리만 잘라서 돌 위에다 놓고 잘게 찧었다. 그렇게 낚시채비를 마친 다음 낚싯대를 가지고 개울로 향했다. 개울가에서 서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가재 잡을 만한 곳을 찾다가 커다란 바위가 눈에 띄었다. 망설임 없이 성큼 그 바위로 올라섰다. 바위 위에서 개울 물속을 바라보며 가재가 나올만한 구멍이 있나 살폈다. 여기저기 찾다가 마침 가재가 나올만한 구멍을 찾았다. 그 구멍에다 바로 낚싯대를 담갔다. 그리고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까 가재가 한 마리, 두 마리 바위 속에서 기어 나와 개구리 넓적다리를 물어뜯어 먹기 시작했다. 나는 물속을 바라보며 “가재야 조금만 더 붙어라 더” 속으로 말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제법 가재가 많이 붙었다. 나는 “때는, 지금이야” 하고 가재들이 떨어지지 않게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집게발로 맛있게 개구리 넓적다리를 정신없이 물어뜯던 가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물속에서 바위 위로 서서히 끌려 올라왔다. 나는 끌어올린 가재를 담으려고 준비해 간 주전자 뚜껑을 열고 그 속에 개구리 다리를 넣고 낚싯대를 흔들어서 가재를 털고 뚜껑을 닫았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낚아 올리니 어느새 주전자 한가득 가재가 담겼다. 한참을 가재를 낚느냐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나는 배가 고팠다. 가재도 잡을 만큼 잡아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논두렁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재가 가득 담긴 주전자를 보면서 신나서 주전자를 흔들어대다가 주전자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가재 찌개가 생각났다. 갑자기 입맛이 부쩍 당겨졌다. 보글보글 뜨거운 냄비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가재와 양념이 풍기는 매콤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생각하니 벌써 허기진 배가 불러오며 배고픔이 잊힌 것 같았다. 살면서 때론 힘들거나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시절을 몇 번이고 돌이켜 곱씹어 본다. 어머니가 온갖 정성을 들여 끓여주시던 가재 찌개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맛있었다. 그 가재 찌개에는 어머니의 손맛뿐 아니라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지금, 비록 어머니는 내 곁에 안 계시지만, 고향 개울가 바위틈 어디엔가는 소풍 가서 숨겨놓은 보물처럼 어머니의 사랑과 잊힌 나의 소중한 추억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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