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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06. 2020

엄마는 요리사?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

가끔 아이는 쪼르르 내게 와서 "엄마는 크면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묻는다. 나는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엄마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책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평소 아이는 그 대답에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다시 되묻는다. "엄마는 요리를 잘하니까 요리사가 되려는 게 아니야?"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성고정 관념이 생기지 않게 나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 같은데 이건 나 하나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순간순간 느끼는 대목이 있다. 

집에서 나만 요리를 했던 게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남편은 평소 평일에도 저녁에 고기를 먹기로 한 날에는 집접 고기를 굽고 주말 아침 라면을 먹을 일이 있으면 직접 끓여준다. 딱히 이건 남편이 이건 내가 라고 정해 놓은 것은 아니고 각자 잘하는 파트를 자연스럽게 섭렵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나는 라면을 정말 못 끓이고 남편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끓인다. 또 편식이 꽤 심한 아이여서 먹는 부분은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고기만큼은 늘 맛있게 잘 먹어줘서 우리 집 식단에서 고기는 절때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주일의 대부분의 메인 메뉴는 남편이 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건 유치원을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교류하면서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 여자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고정관념이 자리 잡힌 것 같다.

나는 아이의 되물음에 그냥 솔직히 대답해 주었다. 매일 같이 누군가를 위해 식재료를 다듬고 정리해서 한 끼의 밥을 차려내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지만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건강해 지기를 바란다. 맛있다고 해주니 고맙고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면 또 기분 좋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내가 직접 요리를 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아이는 맛있다고 해주는데 종종 내 요리의 컨디션은 정말 들쑥날쑥하다. 맛있거나 혹은 너무 이상하거나. 사람은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니 되도록이면 더 맛있는 다른 누군가가 해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런 날이 언제 올까 싶긴 하지만....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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