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목적과 여전히 불안한 내 마음
얼마 전 꾼 꿈은 신기하게도 꿈속의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꿈이었다.
보통 꿈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짜깁기해놓은 느낌인데,
그날의 꿈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꿈의 시작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이었다.
미리 예약 후 아이 검진을 위해서 방문했었다.
그런데 정작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머, 오늘은 아이와 함께 오셨어야 해요.”
순간 나도 당황했다.
‘맞다, 이건 아이 검진인데 왜 나 혼자 왔지?’
보통 병원은 몸이 아프면 방문하거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방문한다.
아이 건강 검진을 위해 방문한 것은,
현실에서 ‘아이 상태 또는 성장’과 관련된 점검이 필요한 내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병원에 방문한 나는 아이는 두고 혼자였다.
무의식의 나는 아이 돌봄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현재 삶을 돌아보면, 아이 양육과 교육에 있어 지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체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습은 내가 계획하고 아이가 따라오는 수순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국영수 학원을 다니고 있어
실력이나 진도가 내 아이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내 아이는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걱정과 의심이 든다.
강도 있는 학습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공부 습관인데,
아이가 지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지쳐버릴 것 같다.
원래도 계획적인 성격이 아니다 보니,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올려 아이 학습을 돕는 게 쉽지 않다.
꿈에서 아이를 두고 병원에 혼자 방문한 나는
이러한 부담을 내려놓고 싶었던 걸까.
혹은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은 속마음이었을까.
꿈속에서 병원을 나온 나는 버스를 타러 갔다.
병원에서 나올 때 만 해도
‘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와야지!’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목적은 사라지고 말았다.
버스를 탔고 목적지도 모른 채
‘그곳에 가야만 해!’
라고 생각했다.
목적지도 모르는데 내릴 정류장을 놓칠까 초조했다.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버스 카드를 찾았지만,
온몸을 뒤져도 카드가 안 보였다.
바지 주머니에서 카드 같은 것이 느껴져 꺼내려했지만 잘 빠지지 않았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지나칠 것만 같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결국 정류장이 지나간 것 같았고,
버스가 정차하자 카드를 찍었지만
‘이 카드가 아니다!’
버스 요금이 이중으로 지불되었다.
다른 카드를 꺼내 찍어보았지만, 처음 탔을 때 찍었던 카드가 아니어서
계속해서 버스 요금이 추가 지불 되었다.
깔끔하게 ‘띡!’하고 하차 완료 메시지가 들려야 하는데,
카드를 찍을 때마다 처음 탈 때와 같은 알림음이 울렸다.
결국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버스를 내려야 했다.
‘버스 한 번 타고 대체 요금을 얼마 지불한 거지?
하차 완료도 못했는데 추가 요금이 나오려나?’
걱정이 퐁퐁 솟아났다.
꿈에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잃어버린 장면은
현실의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최근 오랫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바라던 성과가 점점 늦어지면서
조급함과 함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버스에서 목적지를 모른 채 조조해하던 꿈은
현재 나의 불안한 마음과 닮아 있는 꿈이었다.
낯선 곳에 내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내가 내린 곳이 지하 주차장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지하에서는 내가 있는 위치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출구를 찾았다.
일은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오래 헤맨 끝에 출구를 발견했다.
‘저 길로 나가면 되겠다. 우선 밖으로 나가보자!’
밝은 빛이 보이는 출구 쪽으로 향하는 도중,
발아래 뭔가 걸리적거리는 물체를 느꼈다.
킥보드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였다.
‘주차장에서 위험하게?’
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피는데
멀리서 아이의 아빠인 듯 한 사람이 아주 느긋하게 걸어오는 것을 봤다.
그러곤 잠에서 깼다.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낯선 곳에서 내렸지만
나는 밝은 빛이 나오는 출구를 찾았다.
현재 혼란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긍정적인 마음은 놓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걱정이 되는 만큼 기대하는 바도 크다.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소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성장은 꼭 필요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성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위치에서 더 나아가길 바라는 이유는
큰 성공이 아니라,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