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작가 Sep 15. 2020

언택트 시대 우리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들

오늘 오전에는 굉장히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도서관에 신청해 놓은 나의 온라인 수업이 있었고 오후 2시에는 아이 유치원 온라인 수업이 있었다. 보통 아이는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수업 중간에 아침을 따로 챙겨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이 시작하기 30분 전 부랴부랴 아이가 일어나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토스트와 마실 우유를 준비해 놓았다. 

일단 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무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첫 수업이었기 때문에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강사 선생님께 앞으로의 수업 계획을 들었다.  처음 해 보는 zoom 회의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이가 11시에 일어나면서부터는 정신이 없고 왠지 모르게 분주했다. 평소 아이는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조용히 했었는데 엄마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보곤 궁금했는지 수업이 남은 한 시간 동안 여러 번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이 단속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수업을 마무리했고 끝나자마자 아이의 점심을 챙겨 주었다. 


내 수업이 정신없는 와중에 끝이 나서 그런지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유치원 온라인 수업은 대략 20-30분 정도 진행이 된다고 했는데 온전히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일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으러 온 남편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먹고 치우면서도 계속해서 "지금 몇 시야?"라고 여러 번 물어보고 있으니 남편은 알람을 설정해 놓았으니 걱정 말고 정리하라고 했다. 조급한 마음에 그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아이를 노트북 앞에 앉혀 놓고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정신이 없을 것 같았던 아이의 온라인 수업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아직 첫 수업이기 때문에 유치원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았으나 자기소개와 간단한 대화가 오가면서 한 눈을 파는 친구는 별로 없었다. 


코로나 시대는 언택트 시대라 말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이 없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내야 한다. 처음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는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어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처음 유치원 온라인 원격수업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선생님이 앞에 있어도 집중을 할까 말까 한 아이들이 가능할까? 진행이 되기는 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첫날은 시간이 짧았고 딱히 수업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차분하게 진행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보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고 앞으로의 교육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면 닥쳤을 때 하기보단 지금처럼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렵다고 불가능하다고 밀쳐놓고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아마 '발전'이란 것은 우리 안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첫 시도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 없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선발대가 되어야 하니 삐그덕 거리기도 하고 당연히 시행착오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덮어 놓고 포기하는 것보단 우리에게 더 나은 내일을 안겨다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빨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나가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즐겁게 지낼 날을 꿈꾸면서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도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학종이 접기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