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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16. 2020

행운이라는 녀석

유독 나의 눈에만 잘 띄는...

오늘은 아이 영유아 검진이 있어서 오랜만에 외출했다. 검진받고 예방접종 후에 젤리가 먹고 싶다고 해서 편의점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평소에도 화단에 여기저기 자라난 클로버를 유심히 보곤 했는데 오늘은 네 잎 클로버를 세 개나 찾았고 다섯 잎이 달려있는 클로버도 두 개나 찾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종종 가족들과 근처 공원에 가서 주말을 보내면서 열심히 클로버를 찾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식구들과 많은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아버지는 작은 종이에 말씀 한 구절과 클로버를 넣어 코팅한 뒤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곤 했었다. 사람들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 잎 클로버라고 말한다. 수많은 세잎 중에서 네 잎은 여간해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내가 클로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밖에 자주 나갈 수 없어서 클로버 찾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코로나 이전에 평소 길가의 화단에 핀 클로버들을 유심이 보곤 했었다. 아마도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찾던 기억이 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쳐다보다가 '딱' 눈에 띄는 것이다. 몇 주 만에 밖으로 나오다 보면 어쩔 때는 클로버들이 모두 작아져 있고 또 어쩔 때는 무럭무럭 자라나 큰 클로버들이 보인다.

행운은 왠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발견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 클로버를 보면서 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클로버를 찾았을 때는 남편과 함께 로또를 사러 가고 기념하곤 했는데 이제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네 잎 클로버를 수두룩하게 찾아서 들어오니 따온 클로버들을 어느 책갈피 안에 넣어 뒀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오늘 찾은 다섯 개의 클로버들도 따와서 식탁에 잠깐 올려놨는데 잎들이 금세 쪼그라 들어서 정성스레 잎을 펼쳐놓고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 이 전에 따온 클로버는 그냥 책상 위에 던져두었더니 그대로 말라버려서 이게 네 잎인지 세잎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행운이라는 녀석도 내가 세심하게 살피고 정성을 들이지 않는 다면 말라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나에게 온 것이 어떤 행운인지 보이지 않을까? 너무 가까이에 있는 행운은 내가 모르고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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