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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28. 2020

내 선택이긴 하지...

후회가 없을 수도 있나요?



어떠한 책은 내가 구매를 해 놓고도 한 참 뒤에 다가오는 책들이 있다. 몇 주 전부터 이 책은 내 손끝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오늘 마음을 먹고 펼쳐 보았다. 아직 읽었다 할 수는 없으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나를 끌어당기는 문장이 있어 필사도 해보고 몇 번 읽어보고 나만의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자 도전에 처음으로 직면했을 때 나는 철이 덜든 상태였다. 의식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당시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은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 남아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여자가 바란다면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이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다만 그때는 그것이 여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었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 p21. 멜린다 게이츠 지음


20대 중반쯤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긴 연애를 하고 적당한 때라 생각하여 만난 지 3년쯤 되어 결혼을 했다. 신혼 초부터 아이를 기다렸으나 쉽지 않았고 이런저런 마음고생 끝에 3년쯤 지났을까? 아이가 찾아왔다. '고작 3년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그 시간은 꽤 길었다. 철이 덜 들어 아무것도 모른 채 결혼을 한 것인지 모든 것이 순리라 생각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바로 아이가 생겨야 하고 그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원하는 아이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으니 초조하고 불안했었다. 겨우 아이와 만나고 나도 멜린다처럼 당연히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육아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몰랐고 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어떠한 파장이 올지 몰랐던 것이다. 나는 솔직히 멜린다처럼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쪽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커리어우먼은 아니었으나 소박한 커리어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던 차였다. 기다리던 아이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 아이를 기꺼이 내 손으로 양육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육아에 있어서는 늘 서투르고 엉성한 것 투성이고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간혹 왜 그렇게 쉽게 일을 그만 둘 생각을 했을까. 나는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가?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남편과 금요일 밤 반주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날따라 취기가 올라왔는지 남편 앞에서 "내가 다시는 일을 할 수 없을까 봐 너무 무서워"라고 말하며 펑펑 울어버렸다. 아이가 네 살 무렵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오면서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도시로 이사와 어린이집은 들어갈 곳이 없어서 나는 온전히 아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섯 살이 되어 겨우 기관에 다닐 수 있었고 나는 조금씩 내 할 일을 찾기 위해 준비를 했다. 2020년 나는 계획했던 공부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야심 찬 마음을 꿈꾸며 방통대까지 등록을 했었다. 하지만 짧게 지나갈 것만 같았던 코로나는 장기화가 되었고 중간고사 기간까지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열심히 리포트 작성에 몰두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일도 공부도 완전히 손을 놓고 아이만 볼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을 좀 보내 볼까 하면 긴 연휴 끝에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고, 광복절 광화문 집회로 또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번번이 유치원에 보낼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기대에 반비례한 절망 실망감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것이  빵 터져 남편과 반주를 하다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점점 지쳐갔다. 쉽지 않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아이, 남편 또 내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자기 몫의 기회를 가지길 바랐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 p27. 멜린다 게이츠 지음


나에게 기회는 적지 않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회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나는 너무 서툴렀고 가끔은 어리석기도 했다. 아마 부당하게 그 기회를 놓쳐버린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다 지나가버린 시간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보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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