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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27. 2020

여유로움

가끔 이렇게 늘어져 있는 것도 괜찮죠?

주말은 대체로 온 식구가 늘어져 있다. 

요즘은 도란도란 집에서 술도 자주 먹다 보니 늦게 자게 되고 덩달아 아이도 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거의 일상처럼 돼버린 것 같다. 늦게 일어났는데도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서 정리하고 다 같이 거실에 모일 때쯤이면 또 잠이 솔솔 온다. 마음 같아서는 온 식구 같이 안방에 들어가서 또 잠을 자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가 아니니 그럴 수가 없다. 아이는 거실에서 놀고 있고 나와 남편은 그 옆에서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아이의 물음에 대꾸해준다. 그러다 보니 정신 차리고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해가 질 무렵 4시에서 5시 사이이다. 오늘도 늘어져 있는 식구들을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왔다. 

단지 조경이 예쁘게 잘 되어 있어서 산책 다닐 만 한데 이 한 번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 가족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어디든 돌아다녀서 동네에 붙어 있지를 않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다가 겨우 나오는 것이 단지 산책이다. 한번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밖으로 나오면 아이도 신나서 뛰어다니고 몸이 풀리니 나와 남편도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 2.5단계 격상할 때쯤부터는 이런 루틴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도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는 것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멀리 나가는 건 조금 어렵다. 나도 이 전에는 식구들이 늦자을 자고 있으면 일부러 혼자 일찍 일어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엔 남편과 불금, 불토를 즐기다 보니 주말에는 정말 이렇게 늘어져 있어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늘어져 있다. 


가끔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요즘 너무 숨이 트일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편은 남편대로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은 것을 구경하며 주말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고 나는 나대로 아이와 매일 같이 붙어 있었는데 주말 조차 변함이 없으니 또 답답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친구들과 이전처럼 만나지 못하니 답답하고 심심하다.

이제는 코로나도 일상의 한 부분이다. 2020년일 되돌릴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금에 충실하고 나중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좀 더 추워지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가을을... 이 시간을 만끽해야지...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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