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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29. 2020

연휴 전야

안녕한 추석명절을 기원하며...

일주일 중 가장 분주해진 화요일. 오늘도 변함없이 아이가 일어나기 전 오늘 하루를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해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엔 언제나 그렇듯 변수 투성이다. 하필이면 화요일 아이와 나의 온라인 수업 시간이 겹쳐지고 바꿀 수도 없으니 나만 마음이 조급하고 정신이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이가 일어나고 폭풍 같은 오전 시간이 지나가고 아이의 간식을 챙겨주면서 그냥 버틸 수 없어서 한 캔 땄다. 

남편은 연휴 전날이라 일찍 끝난 다고는 했지만 큰 아주버님의 호출이 있어 불려 갔다. 아마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다 보면 늦게 올게 뻔해서 점심이 좀 지난 시간 먹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식탁 위 한쪽에는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 위한 자료나 동화책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고 구석 자리엔 내 기분을 전환해 줄 음료와 간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마저도 없다면 화요일을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집 식탁은 참 여러 용도로 변신을 한다. 남편이 점심에 밥을 먹으러 오지 않으면 식탁의 반은 내 노트북이나 아이의 책들로 가득하고 아이의 식사와 간식 시간에만 나머지 반을 적당히 치워 끼니를 해결한다. 저녁 시간에는 모두 정리하고 깔끔한 식탁을 준비하려고 하지만 너무 바쁠 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녔다면 서재방에서 일처리를 하고 독서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이의 노는 모습이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에 맞춰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치워야 하기 때문에 주방에 머물러서 급한 일을 처리하고 틈새 독서를 노리는 것이 훨씬 편하다.


이제 맥주 한 캔 정도는 마른 목을 축이는 정도 이기 때문에 간혹 이렇게 가벼운 간식과 함께 마신다. 코로나 시대 동네 친구를 부르기도 힘들고 누굴 만날 수도 없다. 사실 오늘 저녁에 동네 언니들이 명절 전에 보자고 운을 뗐으나 선뜻 나가기가 쉽지 않아 혼자 즐기기로 했다. 나도 친구가 그립긴 하다. 핸드폰 톡으로 수다를 떠는 것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던 때가 그립니다.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 언젠가가 정말 올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연휴 전 엄마들이 정보를 나누는 카페에는 명절을 어떻게 보내냐는 글들이 하루에도 두세 개씩 올라온다. 가는 사람도 불안하고 안 가는 사람도 불안한 추석명절. 부디 더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남편이 왔으니 맥주 한 캔 더해야겠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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