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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30. 2020

어설픈 보름달

아직은 보름달이 아닐 수도...

연휴의 첫날은 무난하게 보냈습니다. 


원래 결혼하고도 명절에는 큰 이슈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외동도 아닌데 시가도 친정도 우리가 첫 결혼이고 그 이후로도 혼인한 형제는 없었다. 그래서 양가에서 무언갈 하기보다는 밖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서 가볍게 식사를 한다. 힘들게 제사 준비를 한다던지 누군가의 시중을 든다던지 하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복이 많아서 그런 시가에 시집을 갔다' 말하지만 그게 어째서 복인지는 모르겠다. 남편 또한 친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매 한 가지 이기 때문이고 다른 집의 사정은 다른 집이고 우리 집은 우리 집인데 그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인가 싶다. 집안의 분위기와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일을 많이 하는 집안과 하지 않는 집안을 애초에 비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가가 나에게 굉장히 편한 곳은 또 아니다. 적절하게 거리가 있고 불편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옆집 아줌마가 편하면 편할 테지... 동네 언니들이 아무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더 친하면 친할 테지... 열한 살 차이 나는 시누가 띠동갑인 시아주버님이 편할 리가 없다. 그리고 명절 전만 되면 이런 것을 따져가며 생각하는 나도 불편하다. 


결혼을 하고 나면 두 집안이 연결이 된다. 그 사이에 낀 것은 부부다. 완전히 다른 집안이 하나가 되기란 쉽지 않다. 가풍(家風):한집안에 대대로 이어 오는 풍습이나 범절. 대대로 이어지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 집안의 분위기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며 부부가 하나가 되었다고 해서 각자 집안의 분위기가 하나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조금씩 조율을 하가며 (간혹 투쟁해서...) 평생 동안 맞추려고 노력을 할 뿐이다. 그 노력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진 다면 그 가정과 집안끼리의 약속은 깨질 것이고(이혼 정도일까..) 더러는 참고 사는 경우도 있겠지.


결혼을 한지 곧 십 년이 되어가는데 나는 어느 쪽인지 아직도 갈팡질팡하다. 


내일은 시가에 갈 것이고 그다음 날에는 친정에 갈 것이다. 차로 이동하면 모두 30분 내외에 계시니 안 찾아뵙는 것도 민망하다. 코로나로 그동안 찾아가지 못했으니 이런 때라도 가야지 싶다. 어차피 밥은 집에서 먹을 테고 우리는 모이는 식구도 다섯 명 안팎이다. (우리 부부 말고 결혼한 형제가 없으니...) 식구가 적은 게 어떨 때는 편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적적하기도 하다. 조용한 추석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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