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작가 Oct 13. 2020

나는 왜 서점을...

나의 취향을 공유하고 싶은 공간

어제부터 경기 서점 학교 6기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강 신청한 12개의 강의를 7일 동안 들을 수 있다. 어제는 남편이 휴무여서 함께 볼일을 보느라고 수강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점심 먹은 후 조금 여유가 생겨 틈틈이 들으며 중요한 부분을 메모했다. 

작년에 4기를 신청해 었고 은평구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이신 윤성근 작가님의 첫 시간에 오셔서 수업을 듣고 작가님 책에 사인도 받아 왔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어 첫 시간에만 수강을 하고 수료는 할 수 없었다. 올해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 덕분에 온라인 강의로 서점 학교가 진행이 되었고 그 덕분에 나는 집에서 강의를 들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첫 강의는 대전에 있는 우분투 북스 대표님이 나오셨다. 재작년 북포럼에 참여했을 때 들었던 강연이 너무 감명 깊어서 서울이나 경기권으로 강의를 오시면 꼭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경기 서점 학교 온라인 강의로 만나 뵐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첫 시간 강의 메모를 열심히 해가며 들었고 마지막으로 던져주신 질문에 생각이 깊어졌다. 대표님이 던지신 질문은 "나는 서점을 왜 하려는 가?"이다. 보통은 서점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정작 어째서 서점이어야 하는지 생각은 잘 안 해본다는 것이다. 

한 2-3년 전쯤 서점이라는 공간을 갖고 싶어서 무작정 동네 서점, 독립 서점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 당시 남편은 부동산, 아파트 등에 관심을 가지고 모델 하우스를 보러 나를 데리고 다녔는데 나는 그때마다 그 근처에 있는 서점을 검색해서 꼭 보고 왔었다.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서점은 어떻게 하면 열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진 못했고 누군가 정성스럽게 꾸며 놓은 사랑스러운 공간을 힐끔힐끔 탐색하다가 책 한두 권 사 오는 일이 내 소심한 시장 조사였다. 그러다 관심이 가는 모임이 있으면 참여하고 오고 가다 보니 그 서점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피어나기도 했다. 그 시절 나도 나는 왜 서점을 하려는지 생각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서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서점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감히 내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그건 많은 서점을 둘러보면서 더더욱 기가 죽었던 것 같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어쩜 이리 정성스럽게 가꾸고 그것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나로선 서점 대표님들은 정말 신처럼 보였다. 경기 서점 학교 수강을 신청한 이유는 내 서점에 대한 꿈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정 하는 작은 서점들의 현실을 알고 싶기도 했다.

요즘은 작은 독립 서점에서도 장래 '서점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서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작은 워크숍을 종종 개최한다. 그런 워크숍에 가면 꽤 자주 듣는 말이 '돈도 안 되고 일도 많은 데 왜 하려고 해요?'. 그러게요 왜일까요? 


서점은 힘들다. 출판업과 관계된 일은 하향 산업이다. 사람들은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 종종 이런 쓴소리를 적지 않게 듣고 있으며 책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서점 주가 꿈이에요-' 하면 그런 걸 왜 하냐고 핀잔을 듣는 경우도 꽤 많다.  


코로나로 인해서 자영업자들은 굉장히 힘들어졌고, 서점은 말할 것도 없다. 소모임, 북 토크 등으로 서점으로 유인하던 행사들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독서모임도 온라인으로 하는 요즘 정말 간절한 마음이 들지 않고선 작은 서점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나도 작은 서점을 그토록 애정 하지만 아이가 있다 보니 쉽게 서점에 방문할 수가 없다. 그나마 대형 온라인 서점이 아닌 작은 책방 온라인 서점과 연이 있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방 주인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나는 왜 또 '서점'이라는 키워들을 꺼내 들었을까?


다시 한번 물어본다. "나는 서점을 왜 하려는 가?"

책을 읽는 사람은 혼자 읽고 거기서 끝내려 하지 않는다. 내가 받은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나는 어쩌면 그러한 연대가 충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점 학교 4기 때 어떤 강사 선생님이 "그럼 다른 커뮤니티나 독서모임을 이용해도 될 텐데 왜 서점이어야 하죠?"라는 뉘앙스의 질문을 되받았다. 

음.... 모임도 하고 돈도 벌고 싶었나 봐요. 하하


나는 한동안 내게 계속 질문을 할 것 같다. 어째서 서점인가... 그냥 책만 읽고 모임만 참여해도 되는 것을....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적당한 여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