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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12. 2020

적당한 여흥

그동안 내가 주말에 마신... 술

시원한 청량감과 적당한 취기는 나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 준다. 맥주를 마시는 일은 즐기지만 술이 센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겐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술은 집에서만 마실 것!" 또는 집 근처에서만 음주가 허용된다. 그러다 보니 주로 나와 술을 마시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남편은 나보다 술이 세고 자제력이 강해서 적당히 마시며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술도 약한데 취기가 돌면 자제할 줄도 몰라서 늘 집에서 마시면 남편이 적당히 마시라고 잔소리를 한다. 한 번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할 줄 모르는 나를 잘 알기에 평소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술보다는 커피나 차를 마시는 일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사람을 못 만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재미거리가 없어 남편과 함께 술 마시는 일이 많아졌다.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는 우리의 즐거움은 꽤 소박하다 주말에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함께 하는 것. 평소에도 음식에 대한 맛이 본인 즐거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편은 술을 맛있게 먹으려면 먼저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먼저 선택한다. 집에서 만든 육회, 동네 정육점에서 갓 잡아 도축한 소고기, 가까운 시장 횟집에서 떠온 우럭회 등 코로나 때문에 한 동안 주말을 기다리며 어떤 안주거리들과 술을 마실지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코로나로 9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둘 다 생전 처음 보는 몸무게를 갱신하게 되었다. 둘 다 주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고 꾸준히 먹다 보니 이런 사태까지 온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제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이며 운동도 하지 않아 슬슬 건강이 염려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가 오늘 남편은 나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당분간 금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살이 많이 찐 것도 큰 이유지만 일상생활에 있어서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가 그동안 너무 생각 없이 마셨나? 싶기도 하지만 이제는 무슨 즐거움을 찾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열심히 돌아다녔다. 주말에 집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녔고 나도 매주 무언가 배우기 위해 도서관을 다니거나 서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다니는 것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는 유치원도 못 가고 있는데 놀러 다닌다고 사방팔방 돌아다닐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벌써부터 고민으로 복잡하다. 맥주가 없는 돌아오는 주말엔 무엇을 할까....

이렇게 알코올 중동이 무섭다. 하하



이미지 배경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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