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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14. 2020

오늘도 책을 삽니다.

동네 책방에 가고 싶어요.

나는 책을 자주 구매하는 편이다. 애서가들이 들으면 '훗 겨우 그 정도 가지고?'라고 비웃을 수 있지만 가끔은 내 능력치를 벗어난 범위의 책들을 사들인다. 야금야금 읽고 싶은 책을 사는 양이 꽤 되는데 그럼에도 내 '책 wish list' 거의 초 단위로 갱신되는 것 같다. 구매한 만큼 모두 읽으면 좋겠지만 사실 시간이 그리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라서 시간을 훔치듯 쪼개어 겨우 읽는다. 


나는 전형적인 타임 푸어다. 시간 활용을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미치게 바쁜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만 보더라도 나는 당장에 식구들의 밥을 챙겨야 할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밥을 차리고 식사가 끝나면 정리를 하느라고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는 내게 있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긴 하다. 남편이 도움을 준다고 주긴 하지만 결국 해야 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 틈 사이사이 나는 일을 보기도 하고 책 한 줄을 읽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로 아이와 24시간을 붙어 지내다 보니 요즘은 프리랜서로 하는 일을 거의 못하고 있다. 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어서 아이 유치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내 현실이다. 


나에게 시간이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독서 틈을 내고자 신간이 뜨면 눈여겨보고 자주 눈에 띄는 책은 마음에 담아두고 그리고 참고 참다가 결국 질러버린다. 의외로 술 한잔하고 나서 술김에 확 질러볼 법도 싶은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마음은 술김에 책이나 왕창 살까!!!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잠들어 버린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전에 다니던 작은 책방 투어를 다니지 못해 더 갈증이 난 것 같기도 하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나면 별 볼 일 없는 굿즈로 받은 컵들은 처음 볼 때만 애지 중지하고 결국 찬장 깊숙이 들어가 늘 쓰던 컵이 앞으로 나온다. 그 일을 몇 번 하고 나니 왠지 허망하고 헛헛한 마음이 들어서 술이 취해 알딸딸한 기분 상태에 있어도 책을 구매하지 않는 것 같다. 


작은 책방에 가면 좁아서 서가를 둘러보기도 불편하고 서점 주인과 거리도 너무 가까워서 부끄러운 기분도 들지만 그 좁고 사랑스러운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 장서들을 하나하나 보는 묘미가 있다. '아~ 이 책방 주인의 관심은 이런 분야구나!' '어멋! 이거 내가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처음 만나는 사장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는 못 나눠도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주인의 생각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은 작은 온라인 서점에서 종종 책을 구매한다. 눈여겨보며 독서모임과 관계를 이어가던 책방 지기님이 소개하는 책을 보면 '이거!! 내 책인걸!' 하는 생각에 자꾸자꾸 책을 들인다. 그건 아마도 그간 지켜봐 왔던 지기님의 결과 내 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책방 주인은 책으로 말을 걸어오고 독자는 거기에 기대 조금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한다. 


책은 참 묘한 힘을 가진 물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을 읽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책 없이 살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은 책방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내가 좋아하는 서점을 돌아다니며 운명의 상대(책)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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