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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15. 2020

간만의 여유

가끔은 달다구리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오전에 여유가 생겨서 아이 등원 후 굉장히 오랜만에 동네에 있는 친한 언니와 동생을 만났다. 아이 또래가 비슷해 친했던 언니는 2달에 한 번 꼴로 잠깐씩 봤었는데 동생은 거의 코로나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난 후 밖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긴 뭐해서 내가 커피를 사 오고 동생이 샌드위치를 사 와서 우리 집에서 가볍게 만남을 가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아침마다 보던 얼굴들인데 이렇게 힘겹게 만나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달달한 사제 커피를 마시며 수다가 오갔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알림이 왔다. 주 1회 등원에서 3회로 수업을 늘린다는 알림이었다. 이전에는 아예 안 보내던 유치원을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이나 보내니 얼마나 감사한가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좋은 것을 하나 얻으면 더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듯 몇 번 보내보니 '아- 일찍 와도 좋으니 매일 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3일이나 가서 다행이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육과 정반으로 일찍 끝나는 친구들도 부모가 맞벌이인 친구는 매일 등원할 수 있다고 해서 오늘 하원 하는 길에 담임선생님께 여쭈었다. (유치원에는 교육과 정반과 방과후반 두 부류로 나뉘는데 방과후반 아이들은 코로나 이후 매일 등원을 했었고 교육 과정 반 아이들은 주 1회 등원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맞벌이 서류가 충족이 되면 매일 등원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다음 주부터는 매일 등원을 시키기로 했다. 이제는 오전엔 일을 좀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이도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코로나 이전의 우리를 생각해 보았다. 코로나가 막 터지기 전이 설 연휴 전이어서 아주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이의 친한 친구와 함께 쇼핑몰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 신나게 놀고 나서 "설 연휴 지나고 유치원에서 만나~"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아이는 연휴가 끝나고 나서 유치원에 갈 수 없었다. 


한 달만 지나면.. 두 달만 지나면 곧... 곧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말한 게 9개월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 말한다. 상황은 아주 좋아지기는 커녕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들쑥날쑥하다. 오늘 만난 언니는 유치원 특수 강사 선생님인데 코로나 이후로 원에서 외부강사를 들이지 않으니 갑자기 일이 뚝 끊어져 버렸다.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편하게 집에서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잘 때 일을 하거나 아이가 잠깐 티브이에 관심을 둘 때 짬짬이 해야 한다. 


어디 힘든 게 우리뿐만일까.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오늘 여유를 갖고 지인들과 커피 마시면서 든 생각은 이전에 있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를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두려움, 걱정 없이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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