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되찾은 아내의 미소
가격 때문에 고민했던, 이번 여행 중 가장 비싼 숙소. [메타디 리조트 앤드 빌라]
어제 머물렀던 곳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였지만,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선 듯했다.
문을 열자 아내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와..."
커다란 침대, 탁 트인 천장,
문을 열면 바로 이어진 수영장.
아내의 얼굴에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게 보였다.
그동안, 늘 아이를 따라 뛰고, 먹이고, 달래고, 기다리는 시간을 버텨온 얼굴. 그 얼굴에 오랜만에 피어나는 평온.
모처럼만에,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내 쪽을 바라보는 눈이 느껴졌다.
아내는 밤마다 아이 옆에 누워 먼저 잠들어버리곤 했다. 화장대에 놓인 로션은 몇 달째 거의 닿지 않았고, 내가 선물한 구두는 새것 그대로 신발장 안에 있었다.
아마도 아내는 자신에게 집중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했을 것이다.
아내의 평온을 방해한 건 모기였다. 참을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잡았지만, 귀에 맴도는 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편의점까지 달려가 모기약과 모기향을 샀다.
방 안에 뿌리고, 문 앞에 피우고 우리는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오랜만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작은 한숨과 함께, 웃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
돌아와 긴 수영장을 따라 천천히 헤엄쳤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물 위로 튀었다. 아내는 한동안 물 위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저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누구도 달래지 않아도 되는, 한참 만의 정적 속 표정. 자신의 숨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수 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만큼은, 그냥 나로 있고 싶다.’ 그 표정의 고백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전해졌다.
거품 욕조에 몸을 담그며, 아내는 눈을 감았다. 피로는 거품 속에서 천천히 풀리는 듯 보였다. 작은 숨소리가 잦아들고, 긴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도 물놀이 뒤라 잠깐은 고요했다. 그 고요는 아내에게, 어떤 말보다 따뜻한 위로였을 것이다.
가볍게 먹고, 천천히 걷고, 또다시 무언가를 나누는 시간.
아내는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다. 가끔 아이가 손을 잡아당겼지만, 오늘만은 한 발 늦게 따라갔다.
그 느린 걸음에 담긴 숨은 휴식.
돌아오는 길에 작은 옷가게에 들렀다. 코끼리 무늬 바지와 셔츠를 골랐다. 세 식구가 거울 앞에 나란히 섰다. 아내는 웃었고, 아이는 코끼리 바지를 입고 “코끼리 아저씨!”라고 외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에, 피로가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자신이 지켜온 작은 세계가 이렇게나 반짝이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온전히 느끼는 듯했다. 그 웃음은, 피로를 무색하게 할 만큼 단단하고 투명했다.
그 옷을 입고 저녁거리를 걸었다. 아이는 “여기서 살래!”라고 외쳤고, 아내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나를 향해 작게 웃었다. 그 웃음 안에 담긴 ‘오늘만큼은 충분하다’는 말.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늘 오늘 같기를.'
아내가 속으로 되뇌었고, 나는 그 표정을 읽었다. 별것 아닌 듯 흘러가는 순간들이 모여, 아내에게 가장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꽉 잡아두고 싶은 하루.
밤공기보다 부드럽고, 첫 햇살보다 따뜻한 아내의 숨결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