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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Nov 22. 2022

뇌를 프로그래밍 하자

즐거운 금요일 저녁시간. 아내, 아이와 식탁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먹는다. 상추에 고기 두 점, 양파 장아찌 올려 쌈장 듬뿍 찍어 밥과 함께 꿀꺽 삼킨다. 연신 삼겹살이 최고의 음식이라며 엄지 척한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 배가 두둑해진다. 배부르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이때부터 아내와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기름 묻은 프라이팬, 양념장이 잔뜩 묻은 그릇들. 과연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가?


식기세척기가 없는 우리 집에서 식사 이후 종종 아내와 벌어지는 눈치 싸움이다. 많은 부부가 동일한 경험을 하리라 생각한다. 설거지, 분리수거,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과 아이들 씻기기, 놀기, 교육 등의 육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하기 싫다. 조금은 상대방에게 미루고, 척척 알아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이런 눈치 싸움 기운이 감지될 때, 혹은 아내가 집안일과 육아 등을 요청할 때 군말하지 않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먼저 행동한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

심리학에는 '리프레이밍'이라는 용어가 있다. '틀을 바꾸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면 밥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해야 할 때면 일반적으로 귀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해 그 행위를 내 체중관리를 위한 소중한 행위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마키타 겐지의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는 실제로 식사 후 가벼운 운동을 추천한다.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는, 식사 이후 포도당이 증가해 혈당이 치솟는다. 넘치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쌓인다. 그렇게 비만이 된다. 많은 의학 전문가들이 식사 이후 간단한 산책 등을 추천하는 이유다. 밥을 먹고 설거지하는 행위는,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방금 흡수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해, 조금이나마 비만이 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결혼 초창기에는 나 역시도 집안일 때문에 가끔 아내에게 서운할 때, 짜증이 솟구칠 때도 있었다. 다른 부부처럼 요리는 아내, 설거지는 남편. 빨래는 아내, 분리수거는 남편이 하는 것으로 집안일을 명확하게 분담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나에겐 맞지 않았다. 100세 시대니 아내와 함께 70년은 살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채, 찜찜한 감정의 잔여물을 남긴 체 살 수는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아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한 방법이 '리프레이밍'이다.


생각으로 뇌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생각이 불안의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상황은 어떠한 의미도 없으며, 단지 그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감정으로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사건 등은 이미 발생한 과거,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의지로 바꿀 수 없다. 우리가 선택 가능한 것은 일어난, 혹은 일어날 사건을 어떠한 생각과 감정으로 받아들이는가이다. 아내가 분리수거를 명령(?)할 때, 그것을 걷기 운동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여기는 감정, 아내가 사정이 생겨 약속시간에 늦게 됐을 때, 책 읽을 시간을 갖게 돼 감사하게 여기는 감정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유재석 님과 이적 님이 처진 달팽이라는 팀명으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말하는 대로〉를 불렀었다. 멜로디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좋아한다.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그대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코드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할 수 있듯이, 우리의 뇌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그 도구는 생각과 말이다. 뇌는 항상 우리의 생각과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한 대로 뇌는 인식한다. 긍적적 부부관계를 위해 사건, 혹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각 전환을 통해 '리프레이밍'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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