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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Dec 17. 2022

지려고 하면 이길 수 있는 게임.

결혼 10년 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비결

사람이란 아무리 객관적이 되려 해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 살아온 환경, 개인의 신념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 갈등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동반될 수밖에 없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결혼이라지만, 지난날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이후에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갈등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대화해 보자며 테이블에 앉지만, 대부분의 경우 서로가 참 다르다는 것만 확인한 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자신은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주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집 밖에서 만나는 관계가 불편하다면, 관계를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부부는 매일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마주 보아야 한다. 갈등을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많은 이들이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고,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초에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면 어떨까? 거대한 댐도 실금 하나에 붕괴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도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작은 스크래치가 활화산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애초에 스크래치가 나는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는지...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대화에서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그(녀)를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설득의 과정에서 일어난다. 대화 끝에 상대방의 논리를 굴복시키고, 승리를 쟁취했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해한다. 역시 내가 옳았고 완벽한 논리로 상대방을 무릎 꿇게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설득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던 사람이었는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남궁민 님) 단장이 PF회장(이제훈 님)에게 재송 드림즈 야구단 인수 브리핑을 할 때의 대사다. 항상 옳은 선택을 했다고 자부하던 PF회장은 인수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고, 이번에도 자신의 의견이 분명히 옳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항상 자신만이 옳은 선택을 했고,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했던 것일까? 그저 다른 이들의 의견에 귀 닫고,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에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아내와의 대화에서 항상 내가 옳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위험 신호다. 내가 전혀 아내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한테 이겨서 기분 좋습니까?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주관적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아내와 의견이 다르다고,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나, 강압적인 말투,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 설사 내 근거가 100% 맞더라도 말이다.(물론 내가 100% 맞을 가능성은 거의, 아니 100% 없다. 단지 당신의 착각일 뿐이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강압적인 태도로 윽박지르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학창 시절, 부모님의 "공부해"라는 말 한마디에 공부할 마음이 사라졌던 것, 아내의 "설거지해"라는 말 한마디에, 알아서 설거지하려 했는데도 기분이 몹시 상했던 경험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아가 있고, 타인의 명령에 의해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행동하기를 선호한다.


시비를 하거나 반박을 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승리다.
절대로 상대의 호의를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


아내와의 대화에서, 혹은 논쟁에서 내가 이겼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아내와의 관계는 한 발짝 더 멀어진다. 갈등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에 아내와 시비를 다툴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저 아내의 이야기에 두 귀를 쫑긋 열고, 관심 가지며 들으려는 노력이면 된다.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말한 것처럼,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혀를 주셨다. 말하는 것보다 두 배만큼 들을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결정은 당신이 해.


내 생각은 꺼내 놓지도 말고, 마음속 깊이 묵혀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내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을 사용하면 좋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연아.(실제 아내 이름이다.) 난 조금 다르게 생각해, 이게 맞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자!!!."라고 말하지 말고,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이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라고 의문문으로 말을 끝맺는 것이다. "난 이게 더 좋은 것 같아."가 아니라 "난 이게 이래서 더 좋은 것 같은데 어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는 내용을 굳이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그들이 마음을 열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그들의 호기심이 알아서 해결한다.

 -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저, 한국 경제 신문 -

  

이렇게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을 이야기해서 항상 아내를 설득할 수 있냐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No다. 원래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경험상, 내 주장만을 고집했을 때와 설득률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애덤 그랜트의 말처럼, 슬그머니 여지를 던져놓으면 아내가 대화 이후 내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포함해 다시 검토해 본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대화 이후 아내와의 관계는 좋아진다. 자신이 존중받았다는 생각과, 스스로가 선택해 삶의 주체라는 인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내는 항상 이런저런 안건들을 가지고 내게 다가온다. 그때마다 내가 결정하는 건 거의 없다. 사실 아내만큼 고민하지도 않았고, 정보도 없다. 나보다 아내 생각이 맞을 확률이 더 크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아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거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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