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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an 28. 2023

양가 부모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아빠

우리 가족은 상도역 근처에 산다. 처가는 안산에, 내 부모님은 광명에 거주하신다. 아이들과 함께 평균 한 달에 2번씩 양가를 방문한다. 총횟수로 4번이 되겠다. 물론 매주 가진 않는다. 토요일, 일요일로 한 주에 두 군데를 방문하거나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방문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 양가를 찾아뵙는 방법이야 어쨌든, 가능하다면 한 달에 2번씩 아이들과 함께 양가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지 않게 느끼길 바란다. 아빠 엄마 없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스스럼없이 연락도 하고, 만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이유는 (외)조부모님이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손주들 데리고 찾아뵈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부모님들이 이 행복감을 계속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아내에게 감사한 부모님들이, 이제는 마냥 기쁘고 즐겁기를 바란다.  


나는 어릴 때 경기도에 살았고, 내게 (외)조부모님은 대구에 살았다. KTX는 있지도 않았고, 새마을호는 비쌌고, 무궁화호나 통일호만 겨우 탈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운전해서 가려해도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잘 개통되진 않아서, 대구를 찾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부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고속도로에 몰리니 막히는 것은 당연했다.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뵙기 위해 13시간 동안 고속도로 위를 달린 적도 있었다. 이러니 당연히 (외)조부모님을 자주 뵐 수 없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급속도로 자아가 발달한 나는, 더이상 대구를 가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다. 그 공간이, 만나는 친척들이 내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친척들과 멀어졌다.    


심리학에는 '단순 노출 효과'가 있다. 단순히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대상에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 살아서, 드문드문 만나게 되는 그들이 낯설고 불편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외)조부모님도 지금의 나와 아내의 부모님들처럼 손주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보기만 해도 기뻤을 텐데, 내 부모님도 자주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조부모님께 종종 찾아뵙고 인사드리기를 바랐을 텐데 그러지 않은 내가 죄송스럽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거대한 행복을 받거나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 삶을 더 선호한다. 명절, 생신 등의 특별한 날에만 양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진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포장해서 부모님들께 찾아간다. 부모님들 모시고, 경치 좋은 곳으로 종종 놀러 가기도 한다. 그렇게 부모님들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주들과의 잦은 만남으로, 손주 보는 행복을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찾아뵙도록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니,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주 만나, 이후에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P.S

다행히도 아내와 저는 이런 성향이 잘 맞아서 혼자만의 바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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