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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an 27. 2023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사하다

아이들과 아빠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과 초등학교 입학예정인 아들이 있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유튜브와 닌텐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둘째 아들이다. 꼭 공부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영상이나 게임 같은 자극적인 것들에 중독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로서 소박한 바람은 있다. 미디어나 오락이 아이들 두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닌텐도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아이가, 아니 아이의 행동이 꼴 보기 싫을 때가 많다.(아이는 절대 꼴 보기 싫지 않습니다. 엄청 사랑합니다.) 여지없이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한마디 한다. "유튜브 그만 좀 보면 안 되겠니?" 매일 저녁, 반복되는 패턴이다.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유명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영상 클립을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봤다. 교수님은 오프라인 공간과 가상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들의 공간이 되는 경향이 되기 쉽다. 부자들은 집을 넓힌다든지, 점점 자신의 공간을 넓히려고 한다. 공간의 비용이 높아지면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단가가 떨어지는 곳으로 피하게 된다. 그렇게 가상세계, 메타버스 같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간다. 가상공간이 생겼을 때,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세대가 초등학생인 이유다. 온라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소득이 적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더 번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감으로써 오프라인 공간을 더 많이 누비려고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 비용은 비싸지고, 가상공간에서의 경험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부자와 빈자의 공간 경험에 있어 차이가 발생할 거라고 그는 말했다.(사실 온라인에서 현질 하는 사람도 많아서 가상세계가 저렴한지는 잘 모르겠다.) 


유현준 교수님의 영상을 보며, 돈 때문에 경험이 나뉜다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들 공간 경험은 부모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조금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준 적이 더러 있었다. 아니 많았다. 밖에 나가서 축구하자는 아들에게 피곤하다는 핑계로, 핸드폰 쥐어지며 유튜브 보는 것을 적극 독려했다.(정말 적극적으로 선심 쓰듯, 아빠가 최고라는 동의를 구하며 독려했다.) 브루마블을 하자는 아이들에게, 닌텐도 '별의 커비', '마리오 카트' 하기를 권장했다. 과연 아이들이 심심할 때, 함께 놀아주지도 않는 이런 내가, 아이들에게 '유튜브 그만 봐!!' '오락 그만 좀 해!'라고 말할 자격이 있었을까?


아이들은 심심하다. 놀고 싶다. 재미만 있다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부모가 함께 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세계에 빠져 재미를 만끽한다. 미디어 매체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설날 연휴, 양가 집안 방문하고 남은 이틀. 아이들과 집에서 쉬는 게 아닌, 하루 종일 오프라인 경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대관령 양떼 목장도 가고, 혜화에 있는 창경궁과 창덕궁도 갔다. 오랜만에 간 대학로에서 아이들과 노래방도 갔다. 또 이천에 위치한 스키장을 갔고, 근처에 있는 시몬스 테라스도 다녀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하고, 놀고, 보고, 듣다 보니 아이들은 유튜브에 '유'자도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유튜브 보지 말라는 명령이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니 원하는 결과도 얻었고, 추억도 쌓았다. 일석이조다. 


앞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지,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미디어 매체 이용시간을 줄여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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