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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r 20. 2023

'사이꾼' 40대

18일째

40대들은 본인들이 낀 세대라며 자조하지만 두 세대 사이에 있다는 것은 두 세대 사이의 '중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1960년대생과 1990년대생의 뇌 구조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40대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회사의 업무 소통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손도 빠르고 경험도 많고 책임감도 강해서, 대표 입장에서 40대 팀장들은 없으면 큰일 나는 회사의 '중심' 그 자체다.

-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 어웨이크 북스 -


지혜를 잇다


최근 또다시 회사가 뒤숭숭하다. 근속연수 20년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21년,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했었고 이후에도 여러 번 단발적으로 진행했었다. 어느덧 40대 중후반의 선배들을 회사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이제 겨우 40대인데... 백세시대 앞으로 60년이나 남았는데...  


회사 인사팀과 CEO는 20년 이상 근속자들을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듯하다. 트렌드에 뒤쳐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호봉이 올라 연봉은 많이 받으면서 성과는 내지 못하는 돈이나 축내는 사람. 사실 양심이 있기에 '아니다'라고 말은 못 한다. 하지만 40대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김미경 님의 말처럼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들과 후배들 사이에서의 '사이꾼' 역할이다. MZ세대의 업무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그렇지만 이해하는 척, '나는 관대하다'를 시전 하시는) 높으신 분들은 40대들만 들들 볶는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세상 힙한 척, 쿨한 척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40대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당한 것처럼 하지 않는다.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어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첫째와 막내 사이에 낀 둘째처럼 눈치가 빨라 조직 문화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상명하복적인 조직 문화를 강요당해 왔지만, 더 이상은 이전처럼 후배들을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높으신 분들과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필터 역할을 하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업무지시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의견 개진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는 업무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고민이 있으면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들었었다. 철부지같이 개인주의가 강했던 나를 위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보듬어 주셨던 분들은 지금은 회사에 없다. 너무 많은 분들이 나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가 40대, 14년 차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이전 선배님들이 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 40대 선배님들의 대거 이탈로 더 심해진 양극화 사이에서 나름 고군분투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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