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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17. 2023

'자전거 장만하기' 미션 완료

Day 45

인생의 비극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 벤자민 에이스 -


지혜를 잇다


23년 버킷리스트 중 '자전거 장만하기'가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약 50분 거리이기에 자전거가 있으면 많은 이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한 허벅지 갖기, 대중교통이 아닌 개방된 공간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상쾌하게 하루 시작하기, 그리고 출퇴근 비용 줄이기. 일석 삼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자전거 장만하기'가 버킷리스트라고? 그냥 사면되는 거 아니야? 누군가에겐 별게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계획 없이 큰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에 허접하지 않은, 조금은 괜찮아 보이는 자전거를 장만하고 싶었다. (자동차는 감히 엄두도 못 내니, 그나마 자전거라도 욕심을 부린다.) 이 두 개의 상충된 마음에 쉽게 자전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세운만큼 준비는 하고 있었다. 매월 차곡차곡 용돈을 모으고 있었고, 연말쯤이면 자전거를 살 수 있었다.




어제 아버지가 자전거를 주셨다. 동네에 살던 분이 이사를 가면서, 아들이 사용하던 자전거를 놓고 가신다고 아버지께 자전거 가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버지 연세는 76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그리고 이미 전기 자전거를 가지고 있어 다리를 동력으로 삼는 자전거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올해 자전거를 살 계획이라는, 출퇴근길에 자주 따릉이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종종 했던 터라,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기억하고 내게 줄 생각으로 자전거를 받으셨다. 전혀 뜻하지 않은 횡재였다. 공짜로 노력 없이 받은 것이지만 만약 버킷리스트를 세우지 않았다면,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생길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출근은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가 아닌, 개인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따릉이로 이미 여러 번 지나다닌 한강대교 위지만 느낌이 조금은 달랐다. 목표를 하나 달성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기뻤다. 평소 지나다니면서 관심도 없던 한강을 배경으로 자전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자전거 잘.알.못인 나는 이 자전거가 괜찮은지 모른다. 다만 외관상으로 창피하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한강대교 위에서

목표는 스트레스만 주는, 쓸모없는 존재라 생각했다. 목표와 현실의 괴리감이 항상 나를 압박했고 그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름 갓생러의 삶을 살고자 하지만, 커뮤니티나 오픈 채팅방에 가입하지 않고 나 홀로 인생을 추구하는 이유는 나와 달리 계획을 잘 실천하는 타인을 보면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지난 3월, 『결국엔, 자기 발견』의 저자 최호진 님이 진행하는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참석해 오랜만에 '23년 목표라는 걸 세웠다. 진행자인 호진 님은 버킷리스트를 마치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버킷리스트를 세웠지만,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잊고 사셔도 됩니다. 하지만 적은 것만으로도 잠재의식 속에 저장될 테고, 일부는 이뤄지실 거예요.  


내게 목표란, 반드시 해 내야만 하는, 이를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고, 실패한 나 자신에 항상 자괴감이 들고 화가 났다. 결국 이렇게 감정에 악영향을 끼칠 바엔 차라리 목표를 세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꼭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라는 그의 말이 내게 안도감을 주었다. 


목표에 대한 부담감은 덜었지만, 달성했을 때 성취감은 전혀 작지 않다. 나를 괴롭히며 적극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니 벌써 이룬 것들이 꽤 있다. (물론 목표가 하찮아 보일 정도로 작아서인 이유도 있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울 때마다 기분이 꽤 좋다.


목표에도 없던 자전거를 받았으면 그저 '공짜로 하나 얻었네'정도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에 있던 자전거가 생기니 성취했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밍밍한 삶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목표는 꼭 필요한 존재다. 꼭 적어놓은 목표들에 취소선을 긋는 재미를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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