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4
출근이 설레졌다. 회사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13년째 다니고 있는 회사엔 해외 시장 조사 프로젝트가 있다. 법인이 미설립된 국가에 직원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고, 본사의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2020년 이후 멈췄던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프로젝트 기간은 총 6개월이다. 파견된 국가에 머물며 문화, 생활 경제 등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며 실체적인 시장조사를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지원하지 않았었다. 유치원생 아이 둘을 아내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우기가 미안했다. 하지만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지원하려 한다. 물론 아내에게 이미 허락도 받은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직장인으로서 장점 투성이다.
첫째, 언어를 배울 수 있다. 회사 비용으로 어학 학습이 가능하고 장롱 영어가 아닌, 6개월 간 현지에서 외국인들과 직접 대화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둘째, 안전성이 보장된다. 회사도 직원들의 안전에 위협을 감수하며 파견을 보낼 수는 없다. 이에 숙소는 각 국가의 중심지, 그중에서도 꽤 괜찮은 호텔로 선정한다. (6개월 단기 사용이라 호텔을 숙소로 이용한다.) 상업 지역이면서 유동인구가 많고, 그곳에서도 시설이 우수한 곳에 숙박하기에 치안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셋째, 개인적 성장이다. 익숙했던 문화, 생활, 사람, 그리고 공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의 삶을 살며 (물론 잠시지만)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분명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새로운 자극 이후,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휘몰아치는데 어찌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아직은 설레발이다. 내가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원서를 내고, 간택이 되어야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선정 여부를 떠나, 회사에서 하고 싶은 무언가가 생김으로써 출근에 임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설렘과 기대감에 월요일마저 반길 정도다. 하고 싶은 것, 목표가 있다는 것만으로 회사가 재미있어졌다.
인간의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행복을 만드는 물질이 존재한다. 이것이 분비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 램프가 깜박거리면 설탕물이 나오는 장치가 있는 사육장에 실험용 쥐를 넣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쥐는 램프가 깜빡이면 설탕물이 나온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러면 ‘램프가 깜빡거릴 때’와 ‘설탕물을 먹을 때’ 쥐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실험을 계속 반복하면 램프가 깜빡거리기만 해도 많은 양의 도파민이 나온다. 쥐의 머릿속에서는 ‘설탕물을 기대했을 때’와 ‘실제로 설탕물을 얻었을 때’ 이렇게 2회, 도파민이 나오는 것이다. 이를 인간의 목표달성에 적용하면 ‘목표를 설정했을 때’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렇게 2회,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말이다. (…)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워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며 마침내 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가바시와 시온 저, 쌤엔파커스 -
우선 목표가 생김으로써 도파민이 1회 분비는 됐다. 아무쪼록 도파민 분비가 1회로 그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달성함으로써 2번째 분비가 마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