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제 업무는 브랜드 전략 담당입니다. 해당 업무만 7년 정도 했네요. 요즘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지금의 나는 AI 없이는 이메일 하나 제대로 못 쓰고, 전략 자료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과연 나는 성장하고 있는 걸까?
AI의 도움이 없으면 전략을 떠올리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며, 이 편리함이 오히려 저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과연 AI를 잘 사용하는 것이 축복일까요?
사실 새로운 문명에 대한 두려움은 인류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약 5,000년 전, 인류가 '글쓰기'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문자가 인간의 정신을 타락시킬 악마의 발명품이라고 비난했었죠.(현시대 책의 위엄을 생각한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네요.)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조차 글에 의존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방해할 것이라 걱정했습니다. 이집트의 왕 타무스는 문자가 "인간의 도덕적 품성을 약해지게 하고 잘 잊어버리게 만들 것"이라며 글을 매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1400년대 중반, 인쇄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학자 에라스무스는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책들이 오히려 학습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며, 세상을 "멍청하고, 무지하고, 악의로 가득 찬" 내용으로 채울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기존의 책들을 모두 무시하고 자기 자신의 관찰에만 의지하라고 충고하기도 했죠.
이들의 걱정은 한결같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 고유의 지적 능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우리를 더 수동적이고 어리석은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책의 발명이 정말로 인류를 멍청하게 만들었나요? 정반대였습니다. 책은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를 끝내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넓은 세상의 지혜와 이야기를 접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모든 것을 암기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대신, 책에 기록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결하며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책은 우리의 뇌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확장'시킨 것입니다.
기억의 부담을 덜어낸 인류는 비로소 분석하고, 비평하고, 창조하는 고차원적인 사유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저의 고민을 마주해 봅니다. AI에 익숙해진 나는 정말 멍청해진 걸까요? 이 고민의 실마리를 어제 일론 머스크가 X에서 공개한 '테슬라 마스터플랜 파트 4'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 마스터플랜 파트 4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풍요(Sustainable Abundance)'를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전기차를 넘어, AI와 로봇 기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해 인류 전체의 번영을 이끌겠다는 비전이죠. 계획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술 혁신으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같은 기술로 단조롭고 위험한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돌려주어 각자가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일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어 원문으론 아래와 같습니다. 정말 마음속에 외우고 싶은 문장입니다.
Optimus’s mission is to give people back more time to do what they love.
결국 AI나 기술의 발전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닐 겁니다. 과거 책이 그랬듯,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생각 없이 AI에 의존하는 것은, 정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초등학생과 같습니다. 당장은 쉽고 편할지 몰라도, 결국 자신의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됩니다. 문제와 씨름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답만 베끼는 행위는 우리를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먼저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후에 AI를 '정답지'처럼 활용해 나의 생각을 점검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때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풀이법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내 아이디어를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도 있겠죠.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과제가 주어졌을 때, AI에게 정답을 구걸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나의 지적 능력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AI가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지, 혹은 더 멍청하게 만들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저는 후자의 길을 걷는, AI를 통해 더 똑똑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얻은 지적 성장과 시간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말했듯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것들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