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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Nov 05. 2020

제발 다르게 볼 수 있기를...

『다르게 보는 눈』 서평.

누구나 마케팅을 하는 시대이다. 자신을 대상으로든, 혹은 업무적으로든.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과 수많은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더 알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들 중, 눈에 띄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경험하는 일상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기다움과 차별화를 만들어낸다. 관찰, 차별화, 자기다움. 무언가를 알리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다.


마케팅 활동을 할 때, 위에 언급한 3가지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비록 이 3가지를 아주 잘 알고 있더라도 훌륭한 혁신가나 마케터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한때 많은 책에서 다뤄지는 검은 티에 청바지를 입는 누군가를 쫓아 사물을 다르게 보려 했고, 서로 연결하려 노력했지만 지금껏 어떤 변변찮은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했나'(관찰, 자기다움, 차별화 등)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무엇을 산출하기 위해 어떠한 생각의 과정들을 거쳤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책은 조금이나마 나의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눈 깜빡이는 순간에도 수많은 마케팅 활동(이벤트, 대외활동, 콘텐츠 등)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형식을 답습한, 특징 없는 마케팅은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체, 그대로 사장되기 마련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달라야 한다.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열 가지 기본 코드.


해당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제3장에〈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만드는 열 가지 기본 코드들〉이라는 파트가 있다. 해당 장에서는 마케터가 염두에 두어야 할 10가지 기본 코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① 철학과 콘셉트

② 브랜드 네임 짓기

③ 브랜드 로고 등의 디자인

④ 징글(브랜드 음악)

⑥ 슬로건

⑦ 캐릭터

⑧ 패키징

⑨ 컬러

⑨ 굿즈

⑩ 공간 


사실, 마케팅 관련 활동을 할 때, 위의 것들에 대해서는 잘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제품에 멋들어진 콘셉트를 붙이면 그만이었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콘텐츠만 올리면 나의 역할을 훌륭히 완수한 것 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이러한 업무들을 중요하지 않은, 부수적 업무라고만 생각했었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의 저자 이원흥 님은 기획자로서 디테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Nothing and Everything(낫씽 앤 에브리씽).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지만(Nothing), 이 사소한 것들이 기획의 성패를 좌우한다(Everything)고 그는 말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지연시키거나 경로를 변경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나비 효과'는 마케팅에서 디테일과 일맥상통한다.


마케팅 관련 활동을 하다 보면 최근의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SNS에서 화제가 되어 바이럴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결국 다른 요인들을 놓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면서 자기다움을 점차 잃게 된다. 트렌드라는 숲을 쫓아가지만, 정작 숲의 나무들은 썩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그러한 실수를 자주 했다. 마케팅에 대해서 몰랐고, 한심하게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고민하지도 않았다. 


열 가지 기본 코드를 노트북 옆에 붙여본다. 내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는 진정한 마케터로 거듭나려 노력해본다.            



마케팅 사례 훔치기


예전에 카이스트 교수이자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창의력은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창의력이란 게 별거 아니에요. 한국에서 하고 있는 걸, 그것을 전혀 모르는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면 그곳에서 창의적 인재라 인정받습니다" 


현직 기획자로 활동하시는 남충식 님은 그의 책 『기획은 2 형식이다』에서 훌륭한 기획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한다. 


기획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은 '잘 훔치는 사람'입니다.(...) '유사점'을 찾아와 '해결점'과 붙이기를 잘하는 사람이지요. 단언컨대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기획통들은 모두 훔치기의 달인들입니다.

- 『기획은 2 형식이다』, 남충식 저, 휴먼 큐브-


이 책에는 다양한 업종에서의 풍부한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업무에서 적용해봄직한 아이디어 몇 가지를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타인의 생각 훔치기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훔쳤다고 그들처럼 훌륭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통해, 생각의 확장을 할 수 있었고, 이전에는 감히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서평이라 해놓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다. 이 책의 방점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르게 보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나'라는 과정론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는 눈'을 키우고자 한다면, 직접 책을 읽으며, 훌륭한 이들이 자기다움과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분명 다르게 보고자 열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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