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테(멀미약)'가 필요할 때.

있는 그대로의 나 수용하기.

by 달빛한줌

멀미 나는 삶.


김영하 님의 책 『여행의 이유』의 시작은 "추방과 멀미"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그는 책에서 멀미의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을 비상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저, 문학동네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멀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원하는 삶과 실제 삶의 간극, 해야만 하는 것들과 행동하지 않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 우리가 살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지점은 대게 이러한 생각과 현실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각자의 배를 타고, 인생이라는 바다를 향해 출항한다. 항해하는 동안 따뜻한 햇볕과 잔잔한 바다는 우리에게 안식을 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심하게 출렁이는 파도를 만나 사정없이 흔들리기도 한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정신 붙잡고 중심을 잡지 못하면, 즉 생각과 현실의 벌어진 간격 사이에 이리저리 휩쓸려 방황하면 멀미 나는 삶을 피하기는 어렵다.



파도 위에서 중심잡기


삶에서 파도는 무엇일까? 돈, 권력 등에 대한 욕망, 타인에 대한 비교와 질투 등을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것들은 가상의 나와 현실의 나, 즉 원하는 삶과 현재 직면한 삶을 끊임없이 재고, 괴리감을 확인하며 자신을 비참하고 불행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러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원하는 삶의 기준을 낮추거나 둘째, 현재 내가 직면한 삶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융, 프로이트와 함께 세계 3대 심리학자로 불리는 아들러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아들러의 철학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에는 자기 긍정과 자기 수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긍정이란 하지도 못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라고 주문을 거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삶의 방식이다. (...) 자기 수용이란 '하지 못하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60점짜리 자신에게 "이번에는 운이 나빴던 것뿐이야 진정한 나는 100점짜리야"라는 말을 들려주는 것이 자기 긍정이라면, 60점짜리 자신을 그대로 60점으로 받아들이고 100점에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라고 방법을 찾는 것이 자기 수용이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저, 인플루엔셜 -

부자가 아니면서 “지금의 나는 충분한 부자다”,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안되면서 “지금의 나도 충분히 대단해”라고 이야기하는, 원하는 삶의 기준을 현재의 나에 맞춰 하향하는 작업이 자기 긍정이라면, 미흡한 것이 있더라도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금씩 나아가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자기 수용이다. 자기 긍정과 자기 수용. 이 두 가지 방법 중,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우선 현재의 나를 인정하는 작업이 선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나는 멀미 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욕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욕하는 딱 한 사람이 있다. 나 자신이다. 매일 내가 만든 가상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가상의 나에 부합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비난과 욕을 했다. 매일 글을 쓰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맨이 되고 싶었지만, 여전히 내 살은 연두부처럼 말랑말랑하다. 좋은 아빠가 되고자 했지만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는 TV 보는 것을 선택하고, 종종 화와 짜증을 냈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에서의 괴리감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비난하고 힐난한다. '나는 왜 이따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난 역시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며 말이다. 이러한 괴리감을 떠올릴 때마다 어지러웠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이해해줘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 당연히 '나 자신'이다. 세상에 단 한 명도 나를 이해하거나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우리는 적어도 '나' 만은 사랑하고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가?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착하고 애정 어린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말이다.


이제 삶에서의 괴리감만을 거듭 확인하며 나를 비난하는 행위는 멈춰야겠다.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 님은 그의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자신을 비난하는 행위이지, 자신을 격려하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은 멈추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격려해보자. 그것이 삶의 불일치에서 직면하게 되는 멀미 나는 우리들 인생에 '키미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