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가 하는 사업에 투자를 받는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나는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1인 기업으로 일해 왔다. 혼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컨설팅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특허를 출원하고, 특허를 팔고 하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건강기능식품 성분 정보 분석 빅데이터 서비스도 개발했고, 맞춤형 대입전형 추천 빅데이터 서비스도 개발했다. 책도 3권이나 출간했고, 그간 출원한 지식재산권도 70여 건에 육박한다. 2009년엔 Royalroad라는 한중 일영 다국어 버전 ITSM(IT서비스 관리) 솔루션을 가지고 중국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고,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인 일본 신일본제철 IT자회사인 신일철 시스템즈에 건너가 임원진 대상으로 제품 시연회와 영업활동을 하기도 했다. 2007년 사업에 크게 실패한 이후 세금 체납 등에 시달리느라 사람을 채용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봐도 지난 10년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정도이다. 혼자서 고생할 동안 항상 생각한 것이 있었다. “누가 내게 투자를 한다면 엄청 잘 할 자신이 있는데...”.
하지만 나는 IT 쪽에는 뛰어났을지 모르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솔직히 젬병이었다.
내가 정부투자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은 2012년 10월, 정책자금 기술평가원의 최노아 원장이 강의하는 정책자금 지도사 교육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출연금이 있고, 이 돈은 정부에서 투자하는 돈이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정부가 기업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해 준다니? 그것도 무상으로. 무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도 있고, 융자금도 있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몰랐었다. 은행에서 빌릴 줄만 알고, 친구나 가족에게만 빌릴 줄만 알았던 내게 정부에서 투자해 준다니. 그때부터 나는 정책자금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술분야에 있던 터라 기술사업계획서를 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입이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나도 지원받고 싶었지만, 신청기준에 “국세, 지방세 완납 증명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할 수 없었다. 대신 다른 중소기업들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다녔다.
교육을 받을 당시 나는 인포뱅크라는 개인사업자를 운영하며 건강기능식품 성분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난 뒤였다. 2010년 말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식품공전에 있는 고시형 원료, 개별인정형 원료 시험기준과 한국인 표준 영양섭취 기준표, 그리고 식약청의 15,000여 개의 국내 건강기능식품 성분을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 주는 일종의 빅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이었다. 교육 후 나는 이에 대한 특허 출원을 했다. 그러던 차에 2013년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드림비전스의 허각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SKC&C 부장님을 그만두시고 2010년 4월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1994년 유공 울산 공장에 있을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고, OK캐시백 본부장으로 계실 때도 내게 도움을 주셨던 분이라 회사 설립 때부터 수시로 만나던 사이였다. 나는 정책자금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사장님은 마침 서울시 정부과제를 신청하시던 중이라고 하셨다. 당시 대기업 시스템 통합 및 유지보수 사업을 주로 하고 있어 신규 사업을 찾고 있던 중이라고 하셨다. 나는 인포뱅크의 사업에 대해 말씀드렸고, 함께 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내가 주로 하고 있던 빅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나 혼자서는 힘드니 회사에 합류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내 사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가진 특허 5건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이 이루어졌다. 나는 대금으로 그간 밀렸던 3천여만 원의 세금을 갚을 수 있었다. 이어서 드림비전스를 헬스케어, 빅데이터 사업 전문기업으로의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시에 헬스케어와 관련하여 주민복지 서비스 과제도 신청하여 5천만 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어서 지금의 갤럭시 기어와 같은 생체신호 인식 손목시계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사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ETRI, 한양대, 아주대, 강릉원주대 등의 기술담당 책임자, 교수님들을 만나고 다녔다. 전자공학을 전공하신 허각 사장님도, 새로운 기술 사업화에 목말라했던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가장 신나게 일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아주대 조위덕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생체신호 인식 패드 기술의 사업화를 요청하셨다. 때마침 병원용 고급 침대 개발을 통해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퍼시스가 눈에 들어왔고, 공석만 팀장님께 전화를 드려 취지를 설명했다. 퍼시스에서 개발한 병원용 침대에 아주대의 패드 기술을 접목하고, 드림비전스의 시스템 통합기술을 접목하는 산업융합원천기술 공동개발을 제안하였다. 즉시 회장님께 제안이 올라갔고 사업을 준비한 끝에 6억 원의 기술개발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소상공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고, 무슨 이런 어려운 얘기들을 하냐고 할런지도 모르겠다. 4년 전 이 경험이 내게 준 의미는 매우 컸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서로 필요가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대학 연구개발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분야의 저명하신 교수님께서 수년에 걸쳐 개발하신 연구결과물이 좋은 주인을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그간의 연구실적이 빛을 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짓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교수님이 직접 기술영업을 할 수는 없잖은가? 사실 그러했고, 산학 협력을 어떤 관점으로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알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셋째로 융합 아이디어다. 가구와 병원, 의료기기, 그리고 정보통신산업 간의 융합이었다.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한 기술들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하다는 점이다. 만일 만나지 못했다면 병원용 침대, 대학의 연구결과물로 존재했을 테지만, 이들 간의 결합을 통해 병원에 있는 환자의 건강상태, 병실의 환경상태를 원격지의 간호사가 편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와 관련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말이다. 넷째는 팀 구성이다. 퍼시스의 브랜드, 아주대의 기술력, 드림비전스의 정보통신 역량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에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때의 이러한 경험들은 비단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농촌과 도시 간의 연계, 대학과 기업과의 연계, 기술자와 기업의 연계 등 필요로 하는 곳은 서로 언제든지 엮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장황하고 지루한 설명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위의 경우에서 나는 드림비전스의 투자가 있었기에 회생할 수 있었다. 드림비전스 또한 나의 사업 아이템을 통해 신규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정부의 투자가 있었기에 퍼시스, 드림비전스, 아주대는 6억이라는 개발자금을 받아 신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소상공인은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곳도 태반이다. 자리를 비울 수도, 여행을 갈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저녁만 되면 걱정이 태산이다. 종업원이 있는 경우라면 월급날이 겁나기만 하다. 이리저리 돈을 마련하느라 은행 문을 정신없이 두드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러기에 투자를 받아야만 한다.
2부에서는 40여 종의 업종별 사례를 통해 여러분처럼 자그마한 가게에서 지금은 대한민국 누구라도 알만한 큰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어떻게 성장해 나갔는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투자를 통해서 여러분의 가게를 큰 기업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