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장은 남의 돈으로 사업하고 실패한 사업가는 자기 돈으로 사업한다
올해 봄 두 달가량 국립중앙도서관에 간 적이 있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공부를 하기 위해 주가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파이썬이라는 개발도구를 이용하여 주식정보를 수집하고, 패턴을 분석하고 당일 혹은 익일의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도서관 4층에 있던 주식과 관련된 책들과 씨름하며 패턴을 연구하고, 공시정보를 분석하고, 뉴스정보를 모아서 매수 종목과 매도 종목을 골라내고, 매수, 매도 타이밍을 보며 주가 추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분석한 적이 있었다. 책들마다 저마다의 알고리즘을 내세우며 개별 알고리즘 별 예측률을 비교 평가해 나가기 시작했다. 20년 이상 데이터와 씨름해 왔던 터였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두 달을 씨름한 끝에 나는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답이 없는 싸움이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론들의 예측률이 들어맞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뉴스와 공시정보가 뜨면 어김없이 주가가 빗나가고, 공시정보를 기준으로 하면 타이밍을 놓치고 정말 이건 끝없는 싸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바이러스와 백신의 싸움이 떠올랐다. 극과 극의 치열한 공방전. 작전주와 관련한 주식시장의 뒷모습을 그린 영화 “작전”이 떠올랐다. 주식 시장에서 결국 피해자는 개미들이구나. 왜 증권사들이 모의 주식투자 대회를 벌이고, 예측 알고리즘 로봇을 발표하며 고객들을 유혹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알고리즘 개발은 중단했지만 주식시장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왜 카카오는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겼으며,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웬 주식 이야기냐고 생뚱맞을지 모른다. 내 돈과 남의 돈 얘기를 위해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 보았다.
유상증자라는 것이 있다. 주식회사에서 주식을 추가 상장 즉, 주식을 더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여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하는 주식에 투자를 할 때는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바로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능성이 큰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는 주가가 상승하게 되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분율을 희석시키기 위해 하는 유상증자 시에는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많은 다른 변수가 존재하므로 이 또한 정답은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점은 주식회사로서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회사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주제와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
소상공인에게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한다는 건 먼 달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지만, 중소기업의 86.7%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대출 외에는 딱히 자금조달 방법을 모른다는 얘기다. 분명한 건 대출받는 건 내 돈으로 사업하는 셈이다. 어차피 내가 갚아야 하는 돈이니까. 남의 돈을 가지고 하라는 건 투자를 받아라고 하는 거다.
크라우드 펀딩(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함. 위키백과), 엔젤투자자, 소액공모 등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이다. 이들 모두 투자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2017년 11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벤처투자를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300만 소상공인 사장님들과 600만 소상공인 종사자들이 이 계획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상공인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열쇠들이 이 계획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에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이라고 치면 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성장 정체 기업의 구조조정에서부터 청년실업, 가계부채, 투자기관, 사업 실패자, 재도전, 사회적 기업, 중장년층 취업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국내 투자시장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투자펀드 규모를 3년 내 10조 원으로 확대하고, 대출 프로그램도 20조 원 규모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29쪽에 불과한 계획일지는 모르지만, 이 계획을 풀어써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올 정도로 이 계획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얼마 전 공석이었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임명되어 이에 대한 후속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나는 이 계획이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기업도, 대학 교수와 석박사 고급 경력직의 취업문제 해결도,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도, 신용불량으로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자금을 묶여 두고 있는 펀드 회사들에게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도 예외는 아니다. 소상공인들이 이 계획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300만 소상공인 사장님들이 아느냐, 모르느냐,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있을 것이냐는 문제이다.
가게에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것인가?